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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이기주의자의 사랑이다.

사랑을 할 수록 이기주의자가 되어간다.



친구를 만났다.

몇 주 안 본 사이 얼굴이 핼슥해져 있다.

순간 감이 왔다.

<이 아가씨, 사랑을 하고 있구나!>

복잡하면서도 간단한 친구의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도 자신을 좋아한다.

그 사람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다.

그 사람은 여자친구와 헤어질 수 없다.

자기 역시 그걸 바라지 않는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가차없이 "끊어라"라고 말했을거다.

만나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의 사랑이다.

"만날 때마다 얘기한다. 우리 다시는 얼굴 보지 말자고. 그런데 또 연락하고, 연락받고..."

예전같으면 "병신"이라며 옆구리라도 한대 쿡 찔러줬을테지.

오늘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신청했단다.

스페인으로 가는 인턴쉽.

관계를 바꾸려면 환경이 바뀌거나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데,

사람이 바뀔 수 없으니 환경이라도 바꾸려 한단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 손에 쥐고 놓기가 싫단다.

이해한다, 그 마음.



나는 개인주의자였다.

다른 사람이야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신도림 역에서 스트립쇼를 하든

나에게 피해만 없다면 뭐든지 수용이 가능했다.


나 너 좋아해.

그러세요.

나랑 사귀자.

그래 봅시다.


이제 그대의 사랑이 식은 것 같네요. 내가 상처 받기 전에 안녕.


잔인하지만, 솔직했다.

사람을 좋아할 때역시 마찬가지.

그러다보니 유리가 때로는 그을리고, 때로는 긁히고, 때로는 먹이 묻었다.

그 때문일까, 내가 점점 이기주의자가 되어가는 건.

움켜쥐고 있는 것을 놓치기가 싫어진다.

여유가 없어진다.

실속을 챙기고 이윤을 계산한다.

그랬더니 사랑이라는 녀석, 만만치가 않더라.



예전에 누군가에게, 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느냐고 철없이 징징거렸다.

그 때 그 사람이 지금 우리 사이는 더 없이 좋은 사이인데, 왜 더 많은 걸 바라느냐고 그랬다.

그 때는 그 사람이 미웠고, 야속해서 하염없이 한참을 울었다.

지금은 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사과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나이가 들 수록, "바르지 않아"에 덜 신경쓰게 된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친구의 사랑? 바르지 않다.

그런데 그건 누구의 기준이냐.

상처? 받을 때가 되면 받겠지.

그렇다면 사랑의 바르고 그름은 상처가 기준인 것일까?

친구가 말한다.

"여자가 연애를 하면 둘 중 하나를 얻는다. 교훈 아니면 결혼."

공감한다.

친구가 노래를 부른다.

김완선의 탤런트.

노래의 가사 역시 공감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사랑을 겪어서일까.

그렇게 변해가는 내가 때론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소녀의 성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다.

다른 사람은 소녀의 집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소녀는 다른 사람의 집 안을 전부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소녀는 커텐을 달기로 했다.

그런데, 소녀의 성은 너무 커서 커다란 커텐을 만들어야 한다.

소녀는 오늘도 밤새워 바느질을 한다.

소녀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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