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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처음으로 해 보는 과외.

여태껏 부모님 돈으로 잘 놀고 먹었다.

예전에는 "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외동딸이니까"라고 핑계를 댔었다.

부모님 역시 "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외동딸이니까"라고 봐 주셨다.

특히 울엄마는 내가 험한 일(이라고 해봐야 식당 서빙이나 편의점 알바)을 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셨다.
(예전에 한 번 했다가 엄마의 반대가 너무 심해 이틀 일하고 그만뒀다는;;)

제작년까지만 해도 꽤나 물자가 풍족했다.

뭐..내가 노는 걸 아무리 좋아해도 일단 술을 안마시니 술값이 안나가고,

영화는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거의 다 섭렵하고,

밥값은 잠자는 시간 빼고 붙어 있었던 남자친구가 거의 다 사 주었거나,

바로 옆에 있는 물가 싼 경동시장에서 재료 사다가 해먹으니...

결정적으로 부모님께서 쓰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돈을 부쳐 주셨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집이 꽤나 부자처럼 들리겠지만, 그건 아니고,

뭐..제작년까지는 아빠 사업도 잘 되셨기 때문에 돈을 쓰면서도 부담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초, 일단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느라 목돈이 깨졌고,

그 집에서 도둑을 맞아서 약 200만원 가량의 손해를 입었고(내 슬림 컴퓨터ㅠㅠ)

그리고 도둑맞은 집에서 이사하느라 또 돈이 더 들어가고,

지금은 월세라 매달 꼬박꼬박 목돈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에 아빠가 하시던 사업 두 개 중 하나인 안마기 사업을 어찌어찌 접게 되고,

또 지금 인도네시아에는 꽤나 엄청난 불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에는 통장에 잔고가 상당히 넉넉하게 있어서 배가 든든했는데,

요즘, 잔고가 달랑거리면 한 번씩 엄마가 돈을 송금하신다.

그래서 요즘, 부담스러워서 돈을 못 쓰겠다.


또 그림 공부를 계속 하고 싶지만, 집에서 워낙 반대가 심해서 미술 재료를 사는 데도 눈치가 보인다.

그놈의 직물전용 물감은 왜이리 비싼건지ㅡ_ㅡ

50ml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녀석이 싸게 사서 8000원...ㅠㅠ


결국, 맘 편하려면 최소한 용돈은 내가 벌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과외 알선소에 등록을 했더니, 등록한 지 하루만에 과외가 잡혔다;;

내가 뻥을 좀 쳤거든.

출신 고등학교에 버젓이 Jakarta International Korean School이라고 적고,

해외 거주 경력 10년이라고 적었다.

뭐...틀린 말은 아니잖아.

하지만 내가 졸업한 학교는 한국어 이름으로 "자카르타 한국 국제 학교"다.

영어는 하루에 두 시간 밖에 안가르친다.

외국인 학교는 딱 1년 밖에 안다녀봤다;;

그리고 해외도 해외 나름.

인도네시아는 영어 안쓴다.ㅡ_ㅡ

뭐...영어를 말하고 듣고 쓰는 데 큰 불편함은 없지만, (일단 영어로 대학을 오긴 했으니..)

그렇게 네이티브같은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구해진 과외.

알선하는 곳 직원이 상당히 걱정하면서 "중 2 여자앤데요, 공부를 진~~~짜 못해요."

라고 설명하며, 정말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사실....못할수록 땡큐다ㅡ_ㅡ

백지에 그림 그리기가 더 쉬운 건 당연하잖아.

그래서 어제 학생을 만나고 왔다.

이제 중3 올라간다길래, 마침 같은 나이인 사촌동생한테 대략의 수준을 물어보고,

거기서 약간 수준이 낮은 글을 뽑아갔다.

그.런.데.

글을 못읽는다.ㅡ_ㅡ

처음 시작하는 문장이 "Today is monday"였는데, 못읽는다.

솔직히 무진장 당황했다;;;

예전 선생님한테 뭘 배웠냐고 물어봤더니 갑자기 학습대백과사전을 꺼내는게 아닌가;;;

깜딱 놀랐다.

간단한 영어회화를 해 보자고 인사를 건넸다.

"How do you do?"라고 묻자, 한 30초간 머뭇거리다가 "My name is 현*"라고 대답한다.

우웃...갑자기 옛 기억이 플래시백 되는구나.


내가 처음 인도네시아를 갔을 때, 영어 때문에 꽤나 큰 곤욕을 치렀었댔다.

알파벳만 겨우 떼고 학교를 갔더니, 얘네는 외국인이랑 간단한 회화도 한다.

그 때 우리가 쓰던 교재는 "Startwith Engilsh"라는, 지금은 절판된 어린이용 교재였다.

Bottle라고 적힌 글자를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울면서 밑에다 내맘대로 "보틀레"라고 한글로 적었었다;;

Daughter는 "도-ㅎ틀"이라고 적었던 기억이;;;

어쨌든 그랬었더랬다.

그 때 만난 과외선생님한테 꽤나 하드한 트레이닝을 받고 영어에 취미를 붙였었다.


오늘 괜찮은 교재가 있나 명동 리브로에 나가봤는데,

썩 끌리는 교재가 없더라.

괜히 쓸데없이 illust 1월호만 질렀다ㅠㅠ(돼지가 너무 귀엽길래;;)

어쨌든 인터넷에서 대충 교재할 만한 것을 프린트해 놨는데,

두 시간을 어떻게 때울까 조금 걱정이다.

애 성격도 보아하니 수줍음 무진장 타던데;;

지금 목표는 방학동안 열심히 가르쳐서 중3 진도는 대충 따라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건데.....

하아.....

학생 부모님도 거의 포기하고 계시더라..........






사족)그저께 그런 일을 남자친구한테 말하고, 오늘 만나서 같이 파출소 가서 신고했다. 남자친구가 열을 내면서 동생들한테 전화한다.(참고로 동생들이라 함은 건달들을 뜻한다)내가 말렸다. 나는 그 동생들이 더 무섭거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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