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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내가 나에게




스물 셋이 되어서 나를 뒤돌아보니,

그 곳에는 뜨거운 내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는 머리보다 가슴으로 선택을 하고 있었다.

정말 바보같이 한심한 선택을 하고도 좋아서 헤헤거리는 나.

황소처럼 장애물을 전부 들이받고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나.

물러서더라도 그건 잠시.

이거다 싶으면 모든 걸 올인해버리는 내 모습.

기교도 없이 그렇게 담백하게 인생을 한줄로 달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여기저기 스키드마크와 충돌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뿌듯하다.

그래도 나, 여기까지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조금 살벌하리만치 어질러진 내가 지나온 길을 보면서,

조금 더 안전한 길을 조심스럽게 가 볼까 생각도 해 보지만,

역시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쓰리고 아파도,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어도 인생은 재미있어야 하니까.

지금 내가 몸 여기저기의 흉터들을 가리키며 웃으며 모험담을 얘기하듯,

언젠가는 웃으며 아팠던 나날을 추억할 시간이 올 것을 알기에

나는 또 자랑스럽게 달려갈 것이다.

아직 서투른 운전 때문에 또 어딘가 치이고 빠지고 박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배워나간다면 나는 만족해.

단 하룻밤 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완전히 얻을수만 있다면

전 생애를 포기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 대책없는 열정과

실수투성이 오류투성이 단점투성이임에도 스스로를 너무나 열심히 사랑하는 대책없는 내 나르시시즘에

애정을 가득 담아 박수를 보낸다.

빈아, 잘 살았어.

고맙다.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만 하자.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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