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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봄 손님 오신다, 환영의 준비를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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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문을 열고 한 걸음 밖으로 발을 디디자,
내 머리칼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미풍에 봄내음이 제법 묻어난다.
눈을 감고 세상 공기 다 집어삼킬 듯 한 숨 크게 들이쉬어 본다.
콧속으로 들어간 봄냄새 입자들은 곧바로 뇌와 심장을 공격하고 혈액 속에 침투해,
순식간에 온 몸을 돌아다니며 겨울잠을 자고 있는 봄 탐지 뉴런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혈액 뇌장벽 역시 이 갑작스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입구를 터 준다.
이 얼마나 감미로운 항복인가!

봄내음에 거나하게 취해버린 내 귓가에 희미하게 봄의 왈츠가 환청처럼 들린다.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마음 속으로 조심스레 박자를 세며 종종종 발걸음을 떼어 본다.
머리에 꽃만 꽂으면 광년이가 따로 없구나.

수줍은 봄은 그렇게 조심스레 자신의 차례가 다가옴을 알린다.
하늘 하늘, 처녀 속치마처럼 마냥 부드럽고 부끄럽기만 한 것 같은 봄은
으릉거리며 강짜를 부리는 동장군을 어르고 달래어 북쪽으로 서서히 돌려보내고,
달래빛 나리빛 색동 꽃신을 신은 발을 살포시 세상 안으로 디민다.
올해는 어떤 자태로 뭇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는지.

있는 듯 없는 듯 스쳐갔던 지난 가을과 나에게만 유달시리 쌀쌀맞았던 미운 겨울 뒤에 오는 봄인지라,
다른 때보다 더 설레이며 그녀의 기척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는갑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봄내음과 커져가는 발걸음 소리가 반갑다.

봄처녀야, 내게 마법같은 하루를 선사해 다오!
왈츠의 3박자에 맞추어 경쾌하게 걸음을 옮기며, 조용히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아브라카다브라

멋진 하루가 되어라,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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