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 U PSYCHO?

자아 방어기제

세상에 인간만큼이나 부조리하고 주관적이며 개인차가 큰 개체가 또 있을까.

프로이드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마음은 크게 원욕(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뉜다.
원욕은 인간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숨은 야수적 본능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초자아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융통성 없는 도덕 선생님이다.
자아는 원욕과 초자아의 교량 역할을 하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중앙 집행부이다.
이 녀석들이 사이좋게 양보하며 오손도손 잘 살면 별 탈이 없는데,
문제는 이 녀석들이 속에서 부대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래서 속이 불편한 것이 바로 불안인 것이다.
(물론 외부 상황 때문에 불안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불안이 생기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하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방어기제다.

방어 기제는 몇몇 이론가들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억압, 부인, 투사, 반동형성, 합리화, 승화를 꼽을 수 있다.

억압은 말 그대로 누르는 것이다.
불안의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면 당연히 고통스럽기 때문에,
그것이 의식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누르고, 해결을 보류하는 것이다.
작게는 일상적으로 중요하거나 어려운 과제를 깜빡 한다는 것에서부터,
상습적 성폭행 피해자들이 전날 자신이 했던 행동들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병적인 사례가 이에 속한다.

부인 역시 말 그대로다.
이것은 감정이나 기억을 왜곡시킨다.
억압은 불안을 일시적으로 지우거나 덮어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면,
부인은 불안의 형태를 기분 좋은 것으로 바꾸넌 현실도피적 방어기제다.
이것이 지나치면 망상 등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투사는 쉽게 말해 '남 탓 하기'이다.
내 마음 속의 불안의 원인을 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친구의 남자친구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사람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 애가 먼저 나에게 꼬리를 쳤어."
만약 주위에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투사를 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동형성은 용납될 수 없는 충동을 억압하고, 그 충동과 반대되는 감정이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것이 바로 이 케이스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남자애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애들 고무줄 끊고 아이스케키 하는 게 다 반동형성인거다.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되거나 부자연스럽기 마련이다.

합리화는 변명하는 것이다.
개인 내면의 용납하기 어려운 태도나 신념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는 것이다.
시험 기간에 하루 종일 텔레비젼을 보면서 '이제껏 열심히 했으니 오늘은 좀 쉬자'라고 생각한다거나,
권태기의 연인이 '바빠서' 서로 연락을 못하는 경우가 다 합리화인 것이다.

승화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충동을 사회가 용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가는, 상당히 성숙한 방어기제다.
정신역동 이론에서 저명한 예술가들을 승화의 측면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운동이나 음악 등의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다 이에 속한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방어기제들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표준화되어 있는 이화 방어기제의 경우, 약 20가지의 방어기제를 검사한다.
각 방어기제 별로 점수를 매기는데, 7~8점이 넘어가는 방어기제의 경우,
평소에 그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재미있게도 상당한 개인차가 존재해, 어떤 사람은 다양한 방어기제를 골고루 사용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한 방어기제만 주구장창 사용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7점을 넘긴 방어기제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극심한 억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고민해 본 결과, 나는 꽤나 강한 초자아를 가지고 있다.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초자아>원욕>자아 의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르시스트이지만 에고이스트가 될 수는 없는 거다!)

예전엔 몰랐는데, 나의 억압 강도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특히 요즘 그걸 많이 느끼는데,
나는 내가 정신적으로 그렇게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줄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단지 잠 좀 못 자고 과제가 좀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요즘 서서히 신체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꽤나 강력한 신체적 징후가 하나 있었다.)
게다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 최근 계속 편두통이 있었다.
(워낙 통증에 둔한 편이라, 머리가 꽤 아팠던 것 같은데 그걸 단지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뻐근하다고만 지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 내가 왜 힘든가 되짚어 보았더니, 역시 원인은 내 안에 있더라.
어렸을 때부터 좌절 경험을 별로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난 상당히 취약한 편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연계전공을 하면서 타 과 전공 수업들을 듣게 되었고,
여기저기서 꽤나 깨져서 아마도 만신창이가 되었던 것 같다.
조형론 이나 디자인론에서 다루는 미학사는 사람 이름 받아적기도 급급하지,
패션 정보나 패션 디자인 쪽 수업에서는 그림 못 그려서 깨지지,
거기다가 이번 학기에는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더불어
컬러리스트 기사 시험 준비까지!!
라고 말해도, 사실 주위에서 아무도 뭐라고 압력넣지 않는다.
디자인론이나 조형론 수업 보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버벅거리는 것 같고,
패션 정보랑 패션 디자인 수업에서 역시 중간은 간다.
소비자 심리학 수업 역시 혼자서 안달이 나 있다.
사실, 장학금 못받아도 부모님께서 학비 대 주신다.
다만 나의 지나친 의욕과 드높은 프라이드가, 그리고 왜곡된 완벽주의가 나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무서웠던 건, 나의 의식 어디에서도 그런 낌새조차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내가 나를 어찌나 완벽하게 숨겼던지, 나는 내가 두통과 소화불량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다만 이번 주에 조금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잠을 잘 못자서 컨디션이 나쁜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덜덜덜




사족) 미투데이 초대장 2장 있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분은 비밀댓글로 오픈아이디와 메일주소를 남겨주세요!

사족2) 삔냥 유럽 갑니다!!!라고 해도 8월ㅋㅋ 하지만 할인을 노리고 벌써 예약 다 마친 상태입니다>_< 고등학교 친구랑 둘이 가는데, 막 설레어 죽겠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