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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잔인한 너

어째서 날 놓아주지 않는거니.
왜 다시 연락한거야.
잘 지내나 궁금해서 연락해 봤다고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듯 말할 수 있는거니.
모르겠니.
나의 안부는 더 이상 너와 상관 없는 일이란걸.

나는 네가 밉다.
목숨 바쳐 뜨거운 사랑 하게 해 줄 것처럼 말 해 놓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차갑게 부정해 버리는 네가
나의 존재가 널 행복하게 해 준다고 말 해 놓고
나의 생활, 버릇, 생각을 단호하게 틀렸다고 단정하는 네가
사귀기 전과 후의 행동이 180도 변해 버리는 네가
나를 너의 소유물인 양 아무렇게나 막 사용하는 네가
너무 밉다.

그런 널 마음 편하게 미워하고 싶다.
가능하면 잊고 싶고,
그게 안 되기에 널 미워하고 싶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자식이었다고
천하의 몹쓸 놈이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 기억의 쓰레기장에 던져넣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알고는 나를 찾아와
내 기억을 헤집어놓고 가 버리는 너.

예전엔 왜 그러지 않았니.
그럴 수 있었을 때
조금 더 다정한 말투로
조금 더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니.
그래놓고 내가 떠나면 왜 그제서야
다시 나를 찾아와 나와의 시간이 행복했었다고 얘기하는거야.
두 번이나.

나는 너를 모르겠다.
미련이 남은 건지
내가 쉬워보이는 건지
아니면 그냥 친구처럼 생각하는건지.
그렇게 심한 욕을 퍼붓고
악다구니를 교환하며
그렇게 추잡하게 끝났잖아.
더러운 걸 알았으면 피해 가야지 왜 자꾸 기웃거리는거야.

그만 하자.
사람을 미워하고 싶지 않아.
그냥 멀고 먼 옛날, 그렇게 아픈 사람이 있었다고만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스라한 기억의 저편에 묻어버리고
상처난 가슴에 약 바르고 훌훌 털고 잊었으면 좋겠다.

도와줘.
잔인하게 억지로 쓰레기더미 헤집지 말고
자연스럽게 놔 달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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