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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U PSYCHO?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흔히 PTSD라고 줄여 말하는 이 질환의 정식 명칭은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한국어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불린다. 트라우마란 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상처'나 '흉터'의 의미를 가진다. 외상은 신체적 외상과 정신적 외상이 있는데, 신체적 외상은 폭력이나 사고 등으로 인해 생긴 손상을 의미한다. 심리적 외상이란 그 효과(?)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정신적 상처나 충격을 의미한다. 외상은 단 한번의 충격만으로 생길 수도 있고, 오랫동안의 반복적인 상황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어떠한 외상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정신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개인이 본인이나 다른 사람이 신체적 상해를 입는 모습을 경험하거나, 목숨이나 존재가 위협받는 것을 목격하거나 경험하고, 또한 거 목격이나 경험에 대해서 강렬한 공포감, 두려움, 무력감을 경험하게 된다면 PTSD가 발생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전쟁이나 심각한 자연재해, 또는 대형참사 등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이 장애가 많이 나타난다.

    내가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늘 아침 텔레비전 뉴스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한 성폭행범이 붙잡혔는데, 그 수법이 대담하기 그지없었다. CCTV에 찍힌 영상을 보니, 한 여성의 뒤를 좇다가 아파트 집 앞에서 그 여성의 목을 조르고 무차별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래서 여성이 실신하거나 무력해지면 성폭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 어이가 없었던 사실은 6차선 대로변에서도 성폭행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인터뷰를 하는데, 피해 여성은 분노와 공포에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특이하게도 PTSD는 성폭행이나 데이트 폭력 등에서도 나타난다. 그 만큼 성폭행은 어떠한 개인, 특히 여성에게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존폐를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예전에 블로그에서 나의 성추행 경험담을 쓴 적이 있었다. 그 때가 아마 올해 1월 중순 즈음이었을 것이다. 벌써 넉 달이나 지난 사건인데도 나는 아직 밤길이 두렵다. 집에 오는 길에 큰 길 모퉁이를 돌아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 때부터 나의 심장은 빨리 뛰기 시작한다. 오히려 아무도 없는 길은 더 안심이 된다. 혹시나 길모퉁이에 누군가라도 서 있으면 나의 모든 신경은 그 사람에게 집중된다.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가방 안에 있는 가스총을 최대한 빨리 꺼낼 것인가만 생각하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나는 모르는 남자와 단 둘 뿐인 상황 역시 겁이 난다. 학교든 어디든 모르는 남자와 단 둘이 있을 상황이 생기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숨이 턱턱 막힌다. 또한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내가 골목길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곳은 엘리베이터가 되었다. 예전에 과외하러 갔다가 어떤 아저씨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다. 내가 탄 엘리베이터에 아저씨가 타자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고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내 머릿속은 온통 여기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뿐이었고, 11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물론 나의 증상은 PTSD의 증상과는 거리가 좀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은 후에 그 때 사건이 자꾸 생각이 나고 악몽을 꾸는 등 과거의 사건을 재경험을 하고, 그 사건을 생각나게 하는 자극을 피하고 무감각하고 멍하게 되고, 잠을 잘 못 자고, 짜증을 내고, 쉽게 놀래는 등의 교감신경계가 흥분된 증상을 보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스트레스는 생명의 위협을 주는 화재, 홍수, 지진 등의 재난이나 전쟁 등을 말합니다. 여자에게 있어서는 폭행이나, 강간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평생동안 이 장애가 생길 수 있는 확률은 1-3%정도가 됩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

  1. 아래 두 가지 양상을 다 갖고 있는 외상성 사건에 노출되어야 한다.
    1.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신체적 본존에 위협을 주거나 심한 상해나 실질적 혹은 위협적 죽음과 관련된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하거나, 직면하게 됨.
    2. 그 사람의 반응이 강렬한 두려움, 공포, 무력감 등으로 나타남.
  2. 외상성 사건이 아래의 방식 중 한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지속적으로 재경험됨.
    1. 이미지, 생각, 지각 등의 방법으로 그 사건이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괴롭게 기억됨.
    2. 그 사건에 대해 반복적으로 괴로운 꿈을 꾸게 됨.
    3. 마치 그 외상성 사건이 다시 일어날 것처럼 행동하거나 느낌
    4. 그 사건의 일면과 닮거나 상징을 하는 내적 혹은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심하게 괴로움을 느낌
    5. 사건의 일면과 닮거나 상징을 하는 내적 혹은 외적 단서에 노출되었을 때 생리학적 반응이 일어남
  3. 아래에 나타나는 것 중 3가지 이상으로 그 사건과 연관된 자극을 지속적으로 회피하고 일반적 반응성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임.
    1. 그 사건과 연관된 생각, 느낌, 혹은 대화를 피하려고 노력함.
    2. 그 사건을 기억 나게 하는 활동, 장소, 사람을 피하려고 노력함
    3. 그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할 수 없음
    4. 중요한 활동에 참여를 하거나 관심을 갖는 것이 현격하게 줄어듦
    5.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거나 소외된 느낌을 갖음
    6. 감정의 범위가 제한됨
    7. 미래가 짧아진 것같은 느낌
  4. 아래에 나타나는 것 중 2가지 이상으로 지속적으로 증가된 각성 증상이 나타남
    1. 잠들기 힘들거나 수면을 유지하기 힘듦
    2. 짜증이 잘 나거나 화가 폭발함
    3. 집중 곤란
    4. 과잉경계
    5. 지나치게 놀라는 반응
  5. 위의 장해(위에 B, C, D 진단 기준의 증상들)가 1개월 이상
  6. 위 장해가 사회, 직업 혹은 다른 영역의 기능에 심각한 불편과 손상을 초래함

어쨌든 단지 성추행을 당한 내가 저 정도의 증상을 아직도 경험하는데, 실제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오프라 윈프리는 정말 대단히 강한 여성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어쨌든 오늘 아침 TV를 보다가 든 생각은 역시 '그런 놈들 얼굴을 공개하고 거세를 시킨 다음에 이마에다가 '강간범'이라고 문신을 새겨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