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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어지간히 놀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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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방.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다가 내 방에 있는 일명 '마의 쇼파'에서 잠이 들었다.
(얼마나 마의 쇼파냐면, 한 번 잠이 들면 최소 2시간이 흐르기 전에는 잠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다.)
빗소리를 자장가삼아 정신없이 자고 눈을 뜨니, 어느 새 바깥이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고 있다.
문득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어지간히 놀았나보다.

지난 학기동안, 너무나 지쳐있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해서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너무나 새로운 일들을 한꺼번에 하느라 신체적 정신적으로 축이 나 있었던 것도 사실.
그리고 사람 마음이 사람 마음대로 안된다는(먼소리여ㅡ_ㅡ) 사실을 온 몸으로 체득했던 학기인 데다가,
다들 졸업을 하는 데도 혼자 학교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혼자서 스트레스를 만들어 받았던 학기이기도.

방학을 했음에도 질질 끄는 팀플과 레폿이 있었고, 그것들이 끝나고 채 되지도 않아 시작된 계절학기.
참 많은 계획을 세워놓은 방학이었는데 제대로 시작한 건 하나도 없다.
역시나 지난 학기에 지나치게 에너지가 고갈되었던 탓일까.
8월이 있을 컬러리스트 산업기사 자격증 시험을 치려고 했으나 아직 1장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 한 탓에,
그냥 미뤄버리고 말았고,
학기 중에 스펀지 한 번 제대로 잡지 못해 방학만 하면 열심히 핸드페인팅을 하려고 했으나,
아직 마땅한 티셔츠도 찾지 못했다.
서양미술사에 끼워놓은 책갈피는 며칠 째 그대로.
방학을 한 후 도서관에조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아침에는 늦잠을 자는 덕분에 오전 공부를 못하고, 수업 마치고 집에 오면 쉬기 바빴다.
그렇게 게으르게 여태껏 지내오니, 나름 그게 휴식이 되었던 듯.
드디어 오늘, 정신이 깨어난다.

마치 기나긴 겨울잠을 자고 깬 것 같은 이 기분.
이제 조금씩 밀린 일을 해야겠다.
유럽 여행 갈 준비도 좀 하고, 계절학기 공부도 좀 하고, 패션뉴스도 좀 보고, 그림도 좀 그리고, 책도 좀 읽고.
넋을 놓고 앉아있기에 여름은 너무 짧으니까.






사족. puremoa님 책이 나왔습니다. 책 제목은 [여행ing]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