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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Indonesia

15년 전 맛집을 다시 찾다-Glodok Kwetiaw Siram


15년 전 인도네시아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한인 슈퍼는 '무궁화'와 '도라지', 단 두 군데 뿐이었고,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슈퍼였을 뿐 아니라 형태도 거의 구멍가게 수준이었습니다.
지금은 쇼핑몰마다 들어서 있는 Carrefour나 Giant 대신 동네마다 Hero에서 장을 보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자가용 대신 베짜(Beca)[각주:1]나 오젝(Ojek)[각주:2], 앙꼬딴(Ankotan)[각주:3],
또는 바자이(Bajai)[각주:4]를 이용했습니다.
(그나마 바자이는 자카르타에서만 주로 탈 수 있었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스나얀 플라자(Senayan Plaza)나 따만 앙그렉(Taman Anggrek)과 같은 쇼핑몰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쓰고 보니 지금은 위의 쇼핑몰도 이미 오래됐군요.) 마땅히 여가시간을 보낼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시절 아버지는 주말마다 가족을 데리고 Glodok으로 향했습니다.
자카르타 내의 차이나타운이었던 Glodok에는 한약재에서 전자제품까지 없는 물건이 없는
별천지 같은 곳이었던 곳이랬어요.
한바탕 윈도우 쇼핑을 하고 나면 꼭 Kwetiaw 식당에 들러 배를 채우곤 했어요.

바로 이 곳. 15년 전에는 이런 현수막따위는 볼 수 없었습니다만.


며칠 전, Mangga Dua에 쇼핑을 하러 갔다가 약 10년 만에 그 식당을 들렀습니다.

IFC Mangga Dua입니다. 한국의 동대문같은 곳인데 Gong Xi Fa Cai라 쇼핑몰마다 난리입니다.


예전엔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기다리곤 했는데, 이젠 그 명성도 조금 빛을 잃은 듯 합니다.

합판 식탁에 짝이 맞지 않는 의자. 에어컨도 없는 낡은 곳이지만 맛 하나만은 끝내주는 곳입니다.

정 더우면 이렇게 에스 떼 따와르(Es Teh Tawar)[각주:5]를 마시고 천천히 주문을 합니다.

예전엔 이런 메뉴판조차 없었는데 말이지요...격세지감이랄까요?


이 곳에서 유명한 것은 꿰띠아우 고렝(Kwetiaw Goreng)과 꿰띠아우 시람(Kwetiaw Siram)입니다.

꿰띠아우 고렝(Kwetiaw Goreng)은 꿰띠아우라고 불리는 넓적한 쌀국수면을 볶은 것이고,

꿰띠아우 고렝(Kwetiaw Goreng)


꿰띠아우 시람(Kwetiaw Siram)은 쌀국수면에 걸죽한 소스를 부은 것입니다.

꿰띠아우 시람(Kwetiaw Siram)

 주문을 할 때는 꼭 '스페샬'로 주문해 주세요. 맛도 두 배, 영양도 두 배가 됩니다.

이 곳 꿰띠아우 요리의 주 재료는 소고기인데, 고기보다는 천엽이나 도가니 등을 채소와 함께 요리합니다. 저야 책상 다리와 비행기 빼고 다 먹는 잡식성이니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입맛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특히 꿰띠아우 시람(Kwetiaw Siram)은 비주얼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니, 처음 도전하시는 분이라면 꿰띠아우 고렝(Kwetiaw Goreng)부터 시도해 보세요.

먹을 때 일반 삼발(Sambal)보다 조금 더 묽은 특유의 삼발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입니다!!

나가는 길에 모나스 독립기념탑도 보이네요.

요즘은 Glodok이라고 하면 소매치기나 노상강도의 온상이라 한국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멋진 볼거리가 많답니다.
혹시 가게 된다면 꼭 꿰띠아우 식당에 들러 보세요!



  1. 삼륜자전거의 형태를 한 인도네시아의 인력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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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미니밴을 개조해서 만든 10인승의 미니버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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