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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달아이 달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나는 달의 아이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밤 길, 발돋움하여 폴짝 뛰어오르면 한아름 안길 듯한 거리에 달이 걸려 있다. 그렇게 나는 고향에 가는 심정으로 집으로 왔다. 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나는 달의 아이다. 기척이 없는 춥고 어두운 나의 집. 나는 사람의 온기를 탐하듯 뜨거운 커피를 들이킨다. 사람이 없는 집에서 나의 빛은 꺼지고, 바깥에선 상상할 수 없을맡이 차갑고 소극적인 나로 돌아간다. 감성이 지배하는 밤이 나의 시간인 나는 달의 아이다. 단 5분이라도 느끼지 않으면 나는 얼어붙어 버린다. 매 순간마다 꿈을 꾸고, 다른 꿈을 꾸고, 다시 꿈을 꾼다. 나에게 현실은 없다. 단지 꿈일 뿐이다. 나는 해일을 일으키고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만 다만 나는 사람이 그립고 따뜻한 .. 더보기
새어나오는 감성 주체할 길 없어 어제부터 이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방울이 밤새 세상을 두드린다. 자연의 북소리에 나보다 먼저 깨어나는 것은 나의 감성이다. 세상이 허락한 범위 밖의 감성. 어쩌면 나에게 감성은 이드의 또 다른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왜 광년이들은 비만 오면 그렇게 홰까닥 돌아버리는걸까. 그렇다면 비만 오면 이렇게 주체 못 할 감성에 몸서리치는 나도 광년이인 걸까. 아니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비가 오면 마음 속의 무언가가 고개를 드는 걸까. 나는 혼자라 모른다. 홀로서기 1 --서 정 윤 --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더보기
Vulnerability "부쩍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지금, 우연히 법도에서 ELLE 6월호를 보다가 질 샌더의 핫핑크 드레스를 보고 숨이 멎어버리다." 내리쬐는 햇살에게서 풋내음이 나는 것을 보고 여름이 왔음을 느꼈다. 계절의 변화는 항상 나에게 막연한 설렘과 불안을 안겨다준다. 줄기차게 여름만 계속되는 나라에서 온 나에겐 낯선 두근거림. 이상한 감수성. vulnerability. 너무나 많은 일들이 내 주위에서 돌아간다. 친구의 말대로 어쩌면 난 너무 많은 말들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일지도... 손에 움켜쥐고 있을 땐 납덩이처럼 무거운 일들이, 손을 놓으면 나비처럼 날아갈 것만 같아서, 연기처럼 흩어질 것만 같아서 놓지 못한다. 사라진다는 건, 멀어진다는 건 슬픈 일이니까.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내가.. 더보기
밤이다. 머릿속 온갖 잡념들이 실체화되어 허공을 배회하는 그런 밤이다. 나는, 눈을 감지 않고도 꿈을 꾼다. 내일 당장 1교시에 낼 과제를 하느라 아직까지 깨어있다.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자 둔게 도움이 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실컷 그리는 게 좋아서인지 정신은 말짱하다. 머리가 좀 무겁긴 하지만....(그건 머리가 커서 그런건가?ㅡ_ㅡ) 지금 당장 초콜릿 한 입과 아메리카노가 절실하지만, 최근 살 찐 것 같다는 말 때문에 입맛만 쩝쩝 다시며 나의 욕망을 억누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오르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유혹. 얼마 전 선물 받은, 조리대 위에 놓인 마카다미아 초콜릿을 슬금슬금 곁눈질한다. 참아야 한다. 전화가 왔었다. "뭐하냐"고 화두를 꺼내는 걸로 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 더보기
기분 좋은 날씨, 아무 말 하지 말기 생일 시즌(?)이다. (이 말을 했더니 현선배가 "너는 생일도 시즌으로 챙기냐?"란다ㅋ) 듬양과 현선배와 모처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했다. 따뜻한 날씨. 겨울은 끝이 난 걸까. 듬양을 서관 컴실에 데려다주고 몇 초간 고민을 했다. 그냥 이대로 집으로 갈 것인가, 학교에 조금 더 머물 것인가.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항상 다니던 그 길. 다람쥐길로. 지난 학기, 유독 이 길을 많이 다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상하게 가을이 짧았던 지난 해, 더 춥고 아팠던 10월, 11월, 12월.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고 병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쩡했던 지난 날들. 다람쥐길을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기억들이 하나씩 톡 톡 터진다. 그 때 여기에 감이 열렸었는데. -왜 하필 감이야? 그 때 .. 더보기
007 카지노 로얄 올해 영화를 얼마나 봤는지 CGV 마일리지로 공짜티켓이 3장 나왔다. 유효기간이 올해말까지길래 어제 명동에 볼일 보러 간 김에 esperanza양과 영화를 때렸다. '중천'은 이미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혹자 말로는 CG가 전부라더라;;) 올드미스 다이어리와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매진. 뭐...올드미스는 내가 지현우를 별로 안좋아해서 썩 보고싶지는 않았다. (본 사람들은 웃기고 재미있다고 하더라마는..) 박물관이 살아있다도 평은 좋았지만, 영화관에서 보기에는 조금 돈아까울 것 같기도 하고.. (공짜표로 따지는 것도 많아요ㅡ_ㅡ) 오랜만에 액션을 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판단에 10시 15분 편 007을 보기로 결정. 나이가 들수록 액션이 안땡기는건 뭐라고 해야하나ㅡ_ㅡ;; 미션임파서블 3를 보다가 졸았으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