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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짓다. 봄이야, 봄. 짙은 봄의 옷자락이 나를 덮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심장이 뛰어서. 오늘도 그런 날이었어. 과외를 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축 축 쳐저버리는 시험기간. 밤을 새도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인 디자인 과제.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 불투명한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근심, 걱정, 우려들. 이 모든 것을 순간 털어버리고 나비가 되어버렸어. 봄의 전령사, 나비 말이야. 나풀나풀. 눈도, 코도, 입도 막고 오로지 더듬이 끝의 촉각에만 의지해 찾아간 곳은 호상비문 앞 라일락 꽃나무 앞이었어. 어둑어둑 땅거미가 져 가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 져 가는 은은한 라일락 향기에 나는 분명 미쳐버렸던거야. 욕망에 사로잡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마음 한 켠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는 내.. 더보기
듬양의 생일+돌벤치 나들이 일시: 2007년 4월 6일 금요일 12시 장소: 정대 후문 AGAIN 행사: 듬양의 생일 축하 오찬모임남의 케잌 들고 다 먹어버리겠다고 설치는 삔냥;;; 이글이글 불타는 눈에서 골룸 못지 않은 집념과 글러트니 못지 않은 식탐을 엿볼 수 있다. 이게 뭘까~요?ㅋㅋ 케잌에 붙어 있던 체리 꼭다리다. 예전에 어디선가 입 안에서 체리 꼭다리로 매듭을 만들 수 있으면 키스를 잘 한다는 말을 줏어듣고 고등학교때 친구가 능숙하게 매듭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며 체리가 보일 때마다 연습을...ㅋㅋ 예전엔 안됐는데 처음으로 성공!!! 나도 어른이 되어가나보다ㅋㅋㅋㅋ 하지만 저걸 한다고 과연 키스를 잘 할까ㅡ_ㅡ;; 맛난 점심을 먹고 봄분위기 낸다고 학교를 싸돌아다녔다. 돌벤치에 개나리꽃이 폈길래 또 가줬지ㅋ 무려 7센티.. 더보기
위태로운 그녀의 사랑. "빈아, 나 지난 번하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입 안 가득 머금었던 아메리카노가 미친듯이 쓰게 느껴졌다. 머릿 속에서는 붉은 색 경고등이 반짝거리며 사이렌의 환청이 들린다. "무슨 소리야?" "같은 과에, 여자친구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정말 죽어서도 다시는 그녀에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일 중 최상단에 위치한 그 일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 하면서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얼마 전, 힘겹게 힘겹게 꼬이고 뒤틀린 사랑도박에서 손을 털고 나온 그녀가 다시 그 악의 구렁텅이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벌써 2/3는 넘어간 것 같아. 어떡해." 오렌지 머핀 하나를 앞에 두고 사랑이 힘들다고 함께 울었던 그녀였다. 아파하는 그녀를 .. 더보기
봄 손님 오신다, 환영의 준비를 하여라. 현관 문을 열고 한 걸음 밖으로 발을 디디자, 내 머리칼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미풍에 봄내음이 제법 묻어난다. 눈을 감고 세상 공기 다 집어삼킬 듯 한 숨 크게 들이쉬어 본다. 콧속으로 들어간 봄냄새 입자들은 곧바로 뇌와 심장을 공격하고 혈액 속에 침투해, 순식간에 온 몸을 돌아다니며 겨울잠을 자고 있는 봄 탐지 뉴런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혈액 뇌장벽 역시 이 갑작스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입구를 터 준다. 이 얼마나 감미로운 항복인가! 봄내음에 거나하게 취해버린 내 귓가에 희미하게 봄의 왈츠가 환청처럼 들린다.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마음 속으로 조심스레 박자를 세며 종종종 발걸음을 떼어 본다. 머리에 꽃만 꽂으면 광년이가 따로 없구나. 수줍은 봄은 그렇게 조심스레 자신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