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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탈

꿈맛 쓴 기억 단 기억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기억 맛 본 적 없는 기억 이 모든 게 뒤섞인 jawbreaker의 맛, 꿈. 더보기
죄를 짓다. 봄이야, 봄. 짙은 봄의 옷자락이 나를 덮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심장이 뛰어서. 오늘도 그런 날이었어. 과외를 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길. 생각만으로도 어깨가 축 축 쳐저버리는 시험기간. 밤을 새도 끝낼 수 있을지 의문인 디자인 과제.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 불투명한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근심, 걱정, 우려들. 이 모든 것을 순간 털어버리고 나비가 되어버렸어. 봄의 전령사, 나비 말이야. 나풀나풀. 눈도, 코도, 입도 막고 오로지 더듬이 끝의 촉각에만 의지해 찾아간 곳은 호상비문 앞 라일락 꽃나무 앞이었어. 어둑어둑 땅거미가 져 가는 세상 속에서 오히려 더 또렷해 져 가는 은은한 라일락 향기에 나는 분명 미쳐버렸던거야. 욕망에 사로잡혀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 마음 한 켠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는 내.. 더보기
밤이다. 머릿속 온갖 잡념들이 실체화되어 허공을 배회하는 그런 밤이다. 나는, 눈을 감지 않고도 꿈을 꾼다. 내일 당장 1교시에 낼 과제를 하느라 아직까지 깨어있다.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자 둔게 도움이 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실컷 그리는 게 좋아서인지 정신은 말짱하다. 머리가 좀 무겁긴 하지만....(그건 머리가 커서 그런건가?ㅡ_ㅡ) 지금 당장 초콜릿 한 입과 아메리카노가 절실하지만, 최근 살 찐 것 같다는 말 때문에 입맛만 쩝쩝 다시며 나의 욕망을 억누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오르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유혹. 얼마 전 선물 받은, 조리대 위에 놓인 마카다미아 초콜릿을 슬금슬금 곁눈질한다. 참아야 한다. 전화가 왔었다. "뭐하냐"고 화두를 꺼내는 걸로 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 더보기
그녀의 짝사랑 "더 이상 짝사랑 따윈 하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는 그녀를 만났다. 웃고 있는 듯 올라간 그녀의 입꼬리가 힘겹게 떨린다. 냉장고도 너끈히 혼자 들어올릴 수 있는 그녀답지 않다. 원래 불이란 뜨거운 거라고, 그 불 속에 있으려면 뜨거워도 참고 견뎌야 한다고 그녀에게 말한다. 불 타 없어지기 싫다면 얼른 나오라는 충고 역시 곁들이며...... 단 1그램의 영양가도 없는 충고를 듣는 둥 마는 둥 여전히 애써 입꼬리를 올리려 애 쓰는 그녀. 그녀의 시도가 반은 실패했다. 왼쪽 입꼬리를 잡아당기던 힘이 툭 하고 끊겨버렸는지, 오른쪽 입꼬리만 대롱대롱 얼굴 위에 걸려 있다. "그 사람의 심장을 데울 수만 있다면 한 줌 재가 되어도 후회하지 않아." 눈을 감고 아메리카노를 입 안에 머금는 그녀. 그건 사랑이 아니.. 더보기
위태로운 그녀의 사랑. "빈아, 나 지난 번하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입 안 가득 머금었던 아메리카노가 미친듯이 쓰게 느껴졌다. 머릿 속에서는 붉은 색 경고등이 반짝거리며 사이렌의 환청이 들린다. "무슨 소리야?" "같은 과에, 여자친구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정말 죽어서도 다시는 그녀에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일 중 최상단에 위치한 그 일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 하면서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얼마 전, 힘겹게 힘겹게 꼬이고 뒤틀린 사랑도박에서 손을 털고 나온 그녀가 다시 그 악의 구렁텅이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벌써 2/3는 넘어간 것 같아. 어떡해." 오렌지 머핀 하나를 앞에 두고 사랑이 힘들다고 함께 울었던 그녀였다. 아파하는 그녀를 .. 더보기
봄 손님 오신다, 환영의 준비를 하여라. 현관 문을 열고 한 걸음 밖으로 발을 디디자, 내 머리칼을 간지럽히고 지나가는 미풍에 봄내음이 제법 묻어난다. 눈을 감고 세상 공기 다 집어삼킬 듯 한 숨 크게 들이쉬어 본다. 콧속으로 들어간 봄냄새 입자들은 곧바로 뇌와 심장을 공격하고 혈액 속에 침투해, 순식간에 온 몸을 돌아다니며 겨울잠을 자고 있는 봄 탐지 뉴런들을 깨우기 시작한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는 혈액 뇌장벽 역시 이 갑작스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입구를 터 준다. 이 얼마나 감미로운 항복인가! 봄내음에 거나하게 취해버린 내 귓가에 희미하게 봄의 왈츠가 환청처럼 들린다.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마음 속으로 조심스레 박자를 세며 종종종 발걸음을 떼어 본다. 머리에 꽃만 꽂으면 광년이가 따로 없구나. 수줍은 봄은 그렇게 조심스레 자신의 .. 더보기
조금 특별했던 설날 짧은 연휴라 내려갈지 말지 상당히 고민을 했으나, 추석 때도 안 내려간 게 미안하고 해서 짧게나마 부산에 내려갔다 왔다. 조금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내려갔던 올 구정이 특별했던 이유는 친구들 때문이다. 얼마 전에 전역한 고등학교 동창 오명길 군. 방년 24세. 황금돼지를 닮은 쥐띠. 부경대 경영학과 07학번 (본인의 주장만으로는) 파릇파릇한 새내기.ㅡㅠㅡ;; 생긴 건 험악해도 순진해 빠져서 어쩔 줄을 모르는 녀석이다. 부산에 도착한 다음날 오후에 이 녀석을 만났다가, 부경대 다니는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인 배영양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서면에서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다는 아가씨. 희한하게도 나는 조금 특이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나는 친구1과도 친하고 친구2와도 친한데, 정작 친구1과 친구2는 서로 안친.. 더보기
비가와. 싫어한다, 비. 오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볼 일을 보다가 저녁 약속까지 잠깐 시간이 떠서 집에 들어왔다. 어제 밤 잠을 설친 탓일까, 쏟아지는 졸음에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깐 눈을 붙였다. 뻐꾹뻐꾹. 문자 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뭔넘의날씨가이런고 세기말같잖아] 다시 눈을 감았다. 후두두둑 후두둑 후둑 후두두두둑. 비가 오는 구나. 왈칵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만들다 실패한 초콜릿과 함께 꿀꺽 삼킨다. 옷 갈아입어야 하나. 대충 코트만 갈아입고 우산을 챙겨 길을 나선다. 마침 MP3에서는 故 유니의 습관이 흘러 나온다. 역시 비는 싫어. 비가 오는 날은 집에서 청소나 하다가 커피나 한 잔 타 마셔야 하는데. 갑자기 집 안에서 진동하는 초콜릿 향기가 그리워졌다. 어둡고 싸늘한 골목길. 담장 밖으.. 더보기
기분 좋은 날씨, 아무 말 하지 말기 생일 시즌(?)이다. (이 말을 했더니 현선배가 "너는 생일도 시즌으로 챙기냐?"란다ㅋ) 듬양과 현선배와 모처럼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했다. 따뜻한 날씨. 겨울은 끝이 난 걸까. 듬양을 서관 컴실에 데려다주고 몇 초간 고민을 했다. 그냥 이대로 집으로 갈 것인가, 학교에 조금 더 머물 것인가. 일단 발걸음을 옮겼다. 항상 다니던 그 길. 다람쥐길로. 지난 학기, 유독 이 길을 많이 다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상하게 가을이 짧았던 지난 해, 더 춥고 아팠던 10월, 11월, 12월. 성장통이라고 하기엔 너무 아프고 병이라고 하기엔 너무 멀쩡했던 지난 날들. 다람쥐길을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기억들이 하나씩 톡 톡 터진다. 그 때 여기에 감이 열렸었는데. -왜 하필 감이야? 그 때 .. 더보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우울한 기분일 때 나는 우울한 영화를 보지 않는다. empathy보다는 sympathy 쪽에 가깝지만, 어쨌든 다른 사람의 감정 전달이 꽤다 잘 되는 편이고(그래서 나는 나를 '물'에 잘 비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한 기분에 우울한 영화나 음악을 접하게 되면, 나의 우울지수+영화 속 등장인물의 우울지수가 되어버려 헤어나올 수 없는 저 밑으로 가라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 때문이다. 또, 나는 한 번 제대로 울음을 터뜨리면 내 몸 속의 가용 수분을 모조리 동원 배출할 때 까지 대책없이 울어버린다. 그렇게 한바탕 울고나면 눈이 빠질 듯 아프고, 입이 마르고, 입술이 트고, 가슴이 묵직하고, 어깨가 결린다. 따라서 울 고 난 후유증도 상당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파를 싫어한다. 신파를 싫어하기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