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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진득한 밤이다. 꼭대기층 빌라는 낮동안의 복사열을 아직까지 품고 있다. 무심한 에어컨은 나의 더위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그냥 그렇게 무심하게 돌아간다. 오랜만에 만나는 햇빛을 반기며 널어 놓은 빨래는 끊임없이 습기를 뱉어낸다. 창문에 달라붙어 악을 쓰던 매미는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조용히 혼자 앉아 신경질적으로 마우스 커서를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무료한 여름 밤이다. TV 속 연예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거린다. 그 소리가 거슬리지만 TV를 끌 용기는 나지 않는다. 저 소리마저 없으면 무거운 여름 공기에 질식할지도 모르니까. 잠시 컴퓨터를 끌까도 생각해 보지만, 그것 역시 두렵다. 세상과 단절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실을 서성이다, 휴대폰을 집어들어 전화를 걸었다. "하겐다.. 더보기
[영화] 퀵 원래 볼 생각 없었다. 특히 요즘은 액션 영화가 별로 땡기지 않는 데다가, 한국 액션 영화에 워낙 실망을 해서 안보려고 했으나 자주 가는 청량리 롯데시네마에서 '고녀석 맛나겠다'가 하루 딱 한 번, 그것도 저녁 시간대에 상영되어서 그냥 이민기를 보기며 눈을 쉬기로 했다. 못됐게 생겨서 어리버리한 게 매력 포인트. '퀵서비스'라는 영화의 소재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달의 민족 대한민국에서만 존재하는 직업. 심지어 사람도 배달이 가능하지 않던가. 영화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말하면, 한때 폭주를 뛰었던 퀵서비스맨이 재수없게 우연히 폭파범에게 낚여 여기저기 폭탄을 배달하러 다닌다는 이야기다. 약간 와 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저 문장만 보고 위의 명작들과 비슷한 퀄리티를 기대한다면.. 더보기
[영화] 슈퍼 에이트 vs 트랜스포머 3 다 지나간 영화에 가리늦게 뭔 리뷰냐. 사실 이 리뷰의 아이디어는 와 를 1주일 간격으로 본 후 떠올랐다. (원래는 와 를, 와 를 비교하려고 했었다.) 두 영화는 아래와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거장 감독이 만들었다. 는 적어봐야 손만 아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 , 등 굵직한 영화를 맡았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합작이다. 트랜스포머의 감독은 마이클 베이다. 이사람의 필모그래피도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다. (포스터만으론 전혀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다.....) 둘째, 외계인을 소재로 삼고 있다. 의 소재는 지구에 불시착한 후 미국 정부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외계인이다. 의 소재는 전쟁으로 멸망한 후 지구에 망명 온 외계인 로봇이다. 동일한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비슷한 시기.. 더보기
무엇을 적어야 하나 나는 항상 그렇다. 금방 뜨거워지고, 다시 금방 식는다. 어느 순간 그것이 내 인생에 전부이다가, 어느 순간 잊혀지고,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것에 또 열광하며 살아간다. 그림이 그랬고, 옷이 그랬다. 지금의 블로그도, 트위터도, 그리고 기억할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이 그렇게 나를 지나갔다. 전혀 불편한 것이 없었다. 내 인생 최대의 목표는 '즐거움'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러한 것들이 나에게 가장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회사를 그만둔 이유 역시 백 가지를 나열하더라도 본질은 그것이었다. 즐겁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즐거움을 찾아 대학원에 왔다. 무언가를 분석하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문득, 지나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난 지금 별다른 노력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