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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Farther Lands]

[been to Europe] 그 시작과 끝에서......

*여행일정*

8/6
17:55 인천-->오사카

8/7
11:45 오사카-->런던

8/9
10:43 런던-->브뤼셀

8/10
08:25 브뤼셀-->암스테르담
20:32 암스테르담-->뮌헨

8/12
22:07 뮌헨-->프라하

8/15
10:06 프라하-->비엔나

8/16
21:18 비엔나-->취리히

8/17
09:04 취리히-->루체른
16:55 루체른-->인터라켄

8/18
19:25 인터라켄-->취리히
21:54 취리히-->로마

8/21
09:00 로마-->피렌체
16:37 피렌체-->베니스

8/22
20:07 베니스-->파리

8/26
19:05 파리-->동경

8/29
14:40 동경-->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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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 오아시스를 제공해 주었던 것은 베스트프렌드 냐묵양이었다.
지난 4월 즈음, 그녀가 좋은 유럽 여행 패키지가 있다며 유럽 물 한 번 마셔보지 않겠냐고 미끼를 던졌고, 배고픈 월척은 그 미끼를 뒤도 안 돌아보고 덥썩 물게 되었다. 그렇게 여름 여행 계획이 시작되었다.

그러던 지난 6월, 갑자기 냐묵양께서 여행을 못 갈 이유가 생겼다고 딱지를 놓았다.
나는 어쩌라고ㅡ_ㅡ.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제대로 여행을 갈 시간이 되지 않을 것 같아 핸드폰의 모든 연락처를 뒤져가며 같이 갈 사람을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나만큼이나 귀가 얇은 어느 아가씨께서 부모님에게 반쯤 떠밀려 함께 여행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유럽 여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6월 내내 기말고사와 레포트 더미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아무 신경도 못 쓰고 있다가, 너무 연락이 안 되는게 이상해 여행사에게 먼저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여행사에서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얼이 빠진 삔냥, 급하게 냐묵양에게 전화를 했으나 이 아가씨조차 연락 두절.
알고보니 카자흐스탄으로 선교활동을 갔단다.
ㄴㅁㄹ

거의 하루에 한 번씩 여행사와 진행상황을 통화했고, 약 4일만에 명의 변경 완료.
그런데 갑자기 여행사에서 가격을 높여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원래 4월에 신청한 것은 반짝 특가로 2380,000원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었는데, 명의 변경을 한 사람은 현재 가격으로 물어야 한단다.
그 당시 7월용 가격은 무려 2800,000원!!!!
어찌어찌 힘겹게 쇼부를 봐서 두당 2580,000원 갔다 오기로 낙찰.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가격이 오르고 여행사 내에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데 불만을 품은 아가씨께서 여행 출발 일주일 전에 가기 싫다고 뻐팅기기 시작했다.
그걸 또 어찌어찌 어르고 달래어 그렇게 힘겹게 여행 일정이 잡혔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 가는 여행이라 뭐부터 준비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아가씨와 함께 여행 일저을 짜 보았지만, 한 나라당 이틀 정도 밖에 있지 않는 일정으로는 뭐든지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결국 세부적인 여행일정은 포기.
여행사에서 제공해 주는 비행기 티켓+숙소+유레일 외에 따로 준비한 건 야간열차 티켓.
그것마저 여행사에서 스케줄에 맞게 알아서 짜 주더라.
그래서 정말 캐리어에 옷만 들고 달랑달랑 다녀왔다.

우리가 신청했던 것은 여행사의 믹스팩이라는 것으로, 숙소에 호텔과 민박이 섞여 있다.
비율로 따지자면 호텔 1/3, 민박 1/3, 야간열차 1/3 정도.
이번에는 잘 몰라서 여행사 패키지로 갔다왔지만, 개인적으로 젊은 분들에게는 그러지 말 것을 추천한다.
물론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로 갔다 오면 좋은 점도 많이 있다.
굵직한 스케줄을 여행사에서 정해 주기 때문에 따로 일정을 짜는 번거로움도 없고,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번에 여행사 혜택 중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티칸과 루브르 가이드 투어를 제공해 준 것과, 파리 비지트 패스와 바토무슈 티켓을 제공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해서 가게 되면 꽤나 일정이 빠듯해지고, 솔직히 숙소의 질도 조금 떨어진다.
호텔같은 경우야 거기서 거기라고 치지만, 이번에 삔냥이 갔다온 것은 믹스팩으로 민박집이 섞여 있었는데, 이 민박집들 중에는 시설이 좋지 못한 민박집들도 섞여 있었다.

이런 저런 불평을 해 봤자, 어쨌든 내가 신청해서 갔다 온 거니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다음에 안그러면 되겠지.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그 나라의 분위기만 대강 보고 온다는 생각으로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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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인도네시아로 갈 때, 할머니께서는 어린 것이 역마살이 끼었다고 눈물지으셨다.
그 때는 웃었다.
역마살이라는 것 따위가 세상에 어디있다고.
나는 그저 아빠가 계신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 뿐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아빠의 직장을 따라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를 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머리가 크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정착을 하고 생활을 하니, 1년이 채 되지 않아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는 내 자신을 찾게 되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무언가 새로운 일들을 해 보고 싶었다.
일상 속에서 모험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절정에서 유럽을 다녀오게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각국의 유명한 유적지와 건축물, 성과 교회도 돌아보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많이 버렸다고 생각했던 나의 이기적인 모습들과 다시 대면하기도 했고, 나약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한 내 자신도 보게 되었다.
나는 명랑하고 쾌활한 말괄량이 아가씨의 모습으로 포장을 한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그런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결국 힘이 드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근육들이 끊임없이 힘들고 지쳤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나의 정신은 그 신호들이 중앙통제실로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고 끊임없이 '나는 강해야 해, 무너져서는 안돼'라는 거짓 신호를 대신 전달하고, 결국에는 화가 난 다리가 제 핏줄을 터뜨려 스스로 멍자국을 내게까지 만들어서야 내 몸이 피곤함을 인정한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또다시 퉁퉁 부은 다리를 이끌고 성과 교회, 화랑들을 찾아 다닌다.
쉬러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나의 마음은 편안한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발바닥이 부르터도 내가 원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그 희열이란!
내셔널 갤러리에서의 고흐의 해바라기와, 프라하에서의 살바도르 달리와 무하의 전시회, 융프라우요흐의 설경과 몽마르뜨 언덕 무명 가수의 작은 콘서트 앞에선 피곤에 지친 육신에 대한 감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라.
그 곳에 있는 것은 하나의 대상과 그 대상을 향한 순수한 감동과 열망이었다.
어쩌면 그 감동의 절정을 경험하기 위해 나는 여행을 갈망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나의 역마살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충족되어 잠잠해 진 나의 열망.
하지만 그것이 언제 또 뱀처럼 고개를 쳐들고 나를 유혹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오빠는 그게 무섭단다.
다시 그 역마살이 도져서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다음엔 함께 가면 되지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떠나지 않을게요'라고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학업과 걱정에 찌들고,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미치도록 생각이 날 것이다.
빅벤에 걸려있던 새하얀 구름이, 뮌헨의 체리가, 샹제리제의 비둘기 날갯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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