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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멘탈

[책]사립학교 아이들 기말고사도 끝나고, 기대했던 롯데 최종면접에서도 떨어지고, 그리고 나의 주말을 함께했던 친구들, 커피, 서울숲, 그리고 책. 아는 사람의 연구실에서 아무런 생각 없이 집어 온 책, 사립학교 아이들. 아무런 예측도, 기대도 없이, 단지 시간을 망각하기 위해 펼쳤던 곳에서 놀랍게도 나는 공감과 위로를 얻었다. 나의 10대 시절을 떠올리면, 물론 아직까지도 내 곁을 지켜주는 멋진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들도 존재하지만, 갈등과 고뇌, 시기, 오해, 고독 역시 그 추억들과 함께 연상되곤 한다. 내가 다녔던 학교 역시도 사립학교였다. 어디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돈의 원리가 선생님의 사랑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과외를 받는 숫자가 성적과, 대학 진학과 상관관계를 보이며, 그 속에서 항상 인기 많은 아이들은 정해져 .. 더보기
달아이 달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나는 달의 아이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밤 길, 발돋움하여 폴짝 뛰어오르면 한아름 안길 듯한 거리에 달이 걸려 있다. 그렇게 나는 고향에 가는 심정으로 집으로 왔다. 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나는 달의 아이다. 기척이 없는 춥고 어두운 나의 집. 나는 사람의 온기를 탐하듯 뜨거운 커피를 들이킨다. 사람이 없는 집에서 나의 빛은 꺼지고, 바깥에선 상상할 수 없을맡이 차갑고 소극적인 나로 돌아간다. 감성이 지배하는 밤이 나의 시간인 나는 달의 아이다. 단 5분이라도 느끼지 않으면 나는 얼어붙어 버린다. 매 순간마다 꿈을 꾸고, 다른 꿈을 꾸고, 다시 꿈을 꾼다. 나에게 현실은 없다. 단지 꿈일 뿐이다. 나는 해일을 일으키고 사람을 미치게 만들지만 다만 나는 사람이 그립고 따뜻한 .. 더보기
개강했습니다. 제가 유럽 갔다 오면서 비도 함께 달고 왔나봐요. 유럽에서도 그렇게 비를 달고 다녔는데, 비를 피해 한국으로 왔다고 안도한 순간, 또 비가 내리는...ㅠㅠ 세상엔 아무리 싫어도 마주하고 살아야 하는 것들이 존재하나봐요. 옛 사랑의 추억과도 같은 것 말이지요.ㅋㅋ 우선 여행기가 늦어지는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군요. 기다리시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혼자 멋대로 믿고 있습니다;; 최근 한동안 귀차니즘과 매너리즘과 그 외 기타 등등 좋지 않은 것들을 잠시 끼고 살았습니다. 여행 후유증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말이지요.후훗ㅡ 여행 갔다와서 짧게나마 방학의 발모가지를 붙잡고 있었어요. 한 달 동안 못 한 뜨거운 연애도 계속하고 말이지요.ㅋ 의외로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 오후 3시만 되면 미칠듯이 졸렸다가 12시가 되면.. 더보기
친구라는 것. 우연히 생각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10월 즈음에 마지막 통화를 하고, 그 전 해 10월 즈음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 외딴 대한민국에서 한 때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었으나, 공부를 핑계로, 세상살이를 핑계로, 또 상대방이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연락이 뜸했던 친구. 서로 연락하지 않는 서로를 괘씸하게 여겨, 또 서로 한참을 연락하지 않았다. 그런 친구가 갑자기 생각이 나 다이얼을 돌렸다. -니가 왠일이냐? "그냥 니 생각이 나서 연락해 봤다." -웃기시네. 니가 그럴 리가 없어. 빨리 뭔 일인지 말해. "가스나가 땟놈 빤스를 입었나. 진짜 그냥 연락해 봤다니까." -그래도 목소리가 밝아서 좋다. 지난 번엔 다 죽어가더니. 피식-. 웃어버렸다. 뒷끝 없는 녀석같으니. 그간 사는 .. 더보기
힘들고 지친 당신에게. 오늘 RSS에 뜬 새 글들을 확인하다가 본 어떤 글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요. 긴 글을 썼다가 주제 넘어보여 지우기를 반복하네요. 역시, 본인의 일은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나봐요. 주위에서 해 줄 수 있는 일은 격려 뿐인걸요. 제가 확신할 수 있는 말은 이것입니다. 비 온 뒤에는 정말 땅이 굳고, 소나기가 내린 후 무지개의 색깔은 더욱 선명하다는 것. 그러고보니, 주위에 critical period에 있는 사람들이 몇 눈에 띄네요. 사람이 만든 사회에서 사람이 못 할 일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지난 번에 집에 갔더니 아빠가 그러셨어요. "두려워하지 말아라.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어떻게든 끝은 있으니까."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는 거고, 가라앉으면 떠오르면 되는 거지요. 가장 복잡할 때 가장 단순.. 더보기
비가 갠 2007년 7월 10일 한 바탕 샤워를 마친 오후의 학교는 풀내음이 진동을 한다. 푸르릇 푸르릇 여름 향기 입자들이 추는 군무에 넋을 잃고 말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단 10여 분의 시간 동안 여름에 대한 온갖 감상들이 푸른 잔디의 향기와 함께 밀려오고, 거기에 짐짓 못 이기는 척 떠내려가는 나. 여름은 나의 고향이다. 가슴팍이 간질간질. 투명한 무지개빛 잠자리 날개라도 돋아나려나. 꿈을 꾸듯 허공을 걸어 몽실몽실 날아 온 집에선 날 반기는 침실의 로즈마리 향기. 코 끝을 간질이는 레몬 향 핸드크림.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구름 향기. 이 곳이 정녕 어젯밤 내가 외로움과 몸부림치던 바로 그 곳이란 말인가! 세상을 온통 활기찬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여름의 힘찬 카니발을 넋을 놓고 바라본다. 오늘은 빨래데이트를 하기 딱 .. 더보기
Vulnerability "부쩍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지금, 우연히 법도에서 ELLE 6월호를 보다가 질 샌더의 핫핑크 드레스를 보고 숨이 멎어버리다." 내리쬐는 햇살에게서 풋내음이 나는 것을 보고 여름이 왔음을 느꼈다. 계절의 변화는 항상 나에게 막연한 설렘과 불안을 안겨다준다. 줄기차게 여름만 계속되는 나라에서 온 나에겐 낯선 두근거림. 이상한 감수성. vulnerability. 너무나 많은 일들이 내 주위에서 돌아간다. 친구의 말대로 어쩌면 난 너무 많은 말들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일지도... 손에 움켜쥐고 있을 땐 납덩이처럼 무거운 일들이, 손을 놓으면 나비처럼 날아갈 것만 같아서, 연기처럼 흩어질 것만 같아서 놓지 못한다. 사라진다는 건, 멀어진다는 건 슬픈 일이니까. 기쁜 일과 슬픈 일들이 동시에 일어난다. 내가.. 더보기
뷰렛(Biulet)- 거짓말 눈을 뜨자마자 널 생각했어 오늘부턴 볼 수 없는데 어제처럼 햇살은 또 눈이 부셔 눈물이나 잊어야 하는데 듣고 싶어 내가 처음 반했던 그 목소리 보고 싶어 다시 한번 너의 그 눈빛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눈물도 자꾸 흘렀지 그대로 널 안은 채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널 잊겠어 말은 했지만 가슴 아파 다 거짓말이야 먼 훗날에 널 잊은듯해도 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야 잊어야 하는데 난 언제나 매일 같은 꿈을 꾸곤 했지 네가 언젠가 내 곁에서 멀리 떠나는 꿈은 항상 반대라고 이렇게 난 널 떠나네 이젠 만질 수 없는 널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널 잊겠어 말은 했지만 가슴 아파 다 거짓말이야 먼 훗날에 널 잊은듯해도 거짓말이야 다 거짓말이야 잊어야 하는데 잊어야 하는데 잊어야 하는데 잊어야 해 널 잊겠어 말은 했지만 가슴.. 더보기
Suspended Perkiness God Damn It God Damn It God Damn It God Damn It 더보기
고마웠어요. 감사함을 표현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선배, 오늘 고마웠어요. 선배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겠지만, 난 너무 고마워요. 연락해줘서, 함께 밥 먹어줘서. 뭐에 씌인 날이었어요, 오늘.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해일이 갑작스레 찾아왔어. 버티려고, 나를 추스리려고 노력해봤는데 휩쓸려 가 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엉엉 목 놓아 울어버렸지 뭐야.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나와. 아마도 많이 힘들었나봐요.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 점점 보이지 않는 것이. 어린 애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애만 태우는 것이. 슬픈데도 웃는 것이. 마냥 좋은 척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혼자라는 것이. 혼자가 되는 것은 내 선택이었는데, 왜 정작 나는 혼자라고 생각하자 그토록 슬퍼지는 건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