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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어나오는 감성 주체할 길 없어 어제부터 이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방울이 밤새 세상을 두드린다. 자연의 북소리에 나보다 먼저 깨어나는 것은 나의 감성이다. 세상이 허락한 범위 밖의 감성. 어쩌면 나에게 감성은 이드의 또 다른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왜 광년이들은 비만 오면 그렇게 홰까닥 돌아버리는걸까. 그렇다면 비만 오면 이렇게 주체 못 할 감성에 몸서리치는 나도 광년이인 걸까. 아니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비가 오면 마음 속의 무언가가 고개를 드는 걸까. 나는 혼자라 모른다. 홀로서기 1 --서 정 윤 --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더보기
Solitude in the Dreamland. 달도 없는 밤. 저절로 켜진 TV가 준비도 안 된 나에게 웃음을 쏟아낸다. 유머로 위장한 고독이라는 적군의 무차별 공격. 뜨거운 방바닥에 더 뜨거운 나의 숨을 토해내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떠난다. 육체라는 전우를 방치하고는 일단 퇴각. 그 곳에 있다, 나의 진지가. 육신은 너무 무거워 오를 수 없는 곳. 추억이라고 명명한 카메라가 찍어댄 사진들로 온통 도배가 된 벽. 테이블 위에는 커다랗게 펼쳐진, 끊임없이 위치가 바뀌는 지도. 주인을 기다리는, 푹신한 가죽으로 덧대어진, 왕좌라고 부르는 내 옆 자리의 소파. 캐비넷 안에 비상식량, 핫초코. 꿈을 먹고 사는 그림 새 피닉스. 방향제는 언제나 Davidoff Cool Water Woman. 서큐버스의 침입에 대비한 나르시시즘이라는 철벽과, 애완동물, 맥... 더보기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숫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더보기
라푼젤의 노래 또 그대의 등이 보여요. 이렇게 우리는 다시 내일을 기약하는 건가요? 내려가는 그대의 무게는 올라올 때보다 더 무거워 이를 악물어요. 이렇게 또 그대는 나를 떠나고 기약도 없는 내일이 올 때까지 나는 내 머릿 속에만 남아 있는 그대의 기억만으로 버티겠죠. 어두컴컴한 밤에 나의 탑이 잠기면 눈물이 나. 초라한 나의 머리칼. 우수수 뜯겨버린 내 머리칼. 그대를 붙잡고 싶어요. 항상 그대를 보고 싶어요. 내가 그대를 찾아가고 싶어요. 나, 그대의 성이 궁금해요. 데려가줘요, 날. 그 곳으로. 꺼내줘요, 날. 이 곳에서. 하지 못한 말 꿀꺽 삼키고 그대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요. 그대를 부르는 노래를 불러요. 목청껏 소리높여 노래를 불러요. 그대가 나를 다시 찾아오게...... 더보기
레포트를 쓰다가 발견한 시 ♧ ♧ 아줌마라고 부르지 마라 ♧ ♧ - 시 김경훈 - 아직은 꽃이고 싶다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깊은 밤 빗소리에 흐느끼는 가슴으로 살고 싶다 귀뚜라미 찾아오는 달밤이면 한 권의 시집을 들고 달빛 아래 녹아드는 촉촉한 그리움에 젖고 가끔은 잊혀진 사랑을 기억해내는 아름다운 여인이고 싶다. 아줌마라고 부르지마라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이 되어 저무는 중년을 멋지게 살고 싶어하는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내 이름을 불러다오 사랑스런 그대라고 불러다오 가끔은 소주 한 잔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이지만 낙엽을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가슴이 아름다운 중년의 멋진 여인이라고 불러다오 아직은 부드러운 남자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리는 나이 세월의 강을 소리없이 건너고 있지만 꽃잎같은 입술이 달싹이면 사루비아 향기가 쏟아지는 나이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