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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Young Tigers OB 신년 총회


오늘 고려대학교 응원단 기수부 Young Tigers(이하 와이티)의 OB 신년 총회가 있었다.
내가 와이티 모임을 안나간 지 근 1년 반 정도 되었다.
휴학 중에는 다른 일 하느라 바빠서 못나가고,
복학을 하고 나니 뻘쭘하기도 하고, 또 왜 꼭 와이티 모임 때마다 일이 생기는지...
사실 밤에 돌아다니기 겁이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인연을 끊을 수가 없어서 가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03 게이트 사진.

와이티는 고려대학교 산하 자치단체인 응원단 소속의 특수 응원단이다.
고연전에서 흥을 돋우던 농악대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경기의 시작과 끝, 그리고 선수들과 응원단의 입장과 퇴장 시 소위 "게이트"라고 불리는 깃발을 들어 길을 만들어주는 것과 지금은 없어진, 레파토리라고 불리는, 정기전 둘째날 럭비와 축구 사이의 휴식 시간에 하는 매스게임과 비슷한 특수응원과, 또 정기전과 여러 응원 오리엔테이션에서 응원단 단장단과 함께 동작응원을 하는 단체이다. 6월 경에 신입 부원을 뽑아 8~9월 가장 무더운 여름의 뙤약볕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훈련을 하고, 9월 정기전이 끝나면 신입 부원들은 기획진으로, 기획진은 자동으로 OB로서 활동할 수 있다.

뭐...이런 얘기는 고대생들도 잘 모르는 전문적인 이야기이니...

어쨌든 나도 와이티다.
멋도 모르는 새내기 시절, 수업도 째고 선배들과 처음 따라간 응원 오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3월 3일에 입학식을 하고, 3월 4일에 응원 오티에 참석하고 3월 5일부터 "저는 와이티 할거에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수소문을 해서 같은 반 선배 중 와이티 선배를 찾아 밥도 얻어먹으면서 정보를 수집하고,
혹시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뽑지 않을까 해서 새로 붙은 대자보를 꼼꼼히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면접 때 내 소개 한 번 하고 와이티에 뽑혔다.
첫 대면식때 선배들이 제일 처음 했던 말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다"였다.
그리고 처음 훈련 하던 날,
그날따라 태양은 어찌 그리도 뜨거운지,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느라 40분이나 늦어버린 동기 때문에 40분 동안 생전 해보지도 않았던 "엎드려뻗쳐"를 하고,
PT체조 100여 회에, 토끼뜀에, 앉았다 일어났다에, 푸쉬업까지 하고 나자, 기본 체조가 끝났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드넓은 녹지 운동장 달리기 7바퀴.
3바퀴가 지나고는 내가 어떻게 뛰었는지 기억이 없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선배들이 부축해 주었던 것 같다.

9시 정각에 조별로 줄을 맞춰서 기본자세를 하고 서 있어야 했다.
혹시나 행여나 늦을까봐 밤에 자면서도 긴장을 했었다.
내가 깨는 시간은 1시, 3시, 5시.
고연전이 끝날 때까지 훈련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훈련양은 점점 늘어나고, 나중에는 하루에 14바퀴를 뛰고도 말짱하더라.
땡볕에서 한쪽 발로 1시간을 서 있으면서 웃는 법을 배웠다.
오른쪽 발등이 퉁퉁 부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물과 잠이었다.
얼굴은 흰자위와 이빨밖에 안보일 정도로 까맣게 타고,
어찌나 노래를 크게 불렀는지 목에서 쇳소리밖에 안나왔다.
그런데 뭐가 그리 좋았는지 엘리제만 나오면 신이 나서 미친 듯이 응원을 했었다.
그것이 열정이다.
레파토리 연습에 1시간 동안 녹지운동장을 대각선으로 댓번씩 가로질러도 그땐 그게 당연했다.
와이티는 응원단과 달라서 고연전과 같은 큰 무대는 평생에 딱 한 번 밖에 오지 않는다.
그 단 한번, 이틀간의 무대를 위해서 8월부터 하루종일 모래먼지를 들이키며 훈련을 받는다.
열정은 그렇게 맹목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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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년 총회에는 그 열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름도, 얼굴도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와이티라는 이름 하나에 어깨에 어깨를 걸고 뱃노래를 부른다.
91학번부터 05학번까지.
열정은 같다.
오늘 나는 다시 꺼져가는 내 열정에 다시 기름을 들이붓는다.
늦지 않았어.
와이티의 열정만큼만 하자고 나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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