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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이제야 알았구나.

너는 외로움을 막아주는 두터운 외투였다는 것을...

문득 3년의 세월이 덧없이 느껴지는구나.

나는 너를 사랑했던 것이냐,
아니면 네가 제공하는 편안함과 안전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냐.

어제 너의 목소리가 반갑게 느껴진 것은,
너의 사랑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냐,
너의 안전함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냐.

힘들 때 네가 생각이 나는 건,
내가 널 사랑했기 때문이냐,
너라면 아직도 도와줄 거라는 지저분한 계산 때문이냐.

내가 널 떠나보냈으면서,
내가 먼저 마음을 닫았으면서,
왜 네가 신경쓰이고,
왜 네가 궁금한지.......

너를 보낸 것을 나는 후회하는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어쩌면
조금은.

이런 내가 싫다.
그까짓 외로움의 무게 하나 감당 못해 벌벌거리는
그래서 대신 들어줄 사람으로 너를 찾는
내가 경멸스럽기까지 하다.

어쩌면 이것은 너를 떠나보낸 내가 감내해야 할 벌일지도.

옷을 벗고 나니 세상이 얼마나 쌀쌀한 곳인지를 깨달았다.
바람이 얼마나 시린지도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크고 따뜻한 보살핌 속에 있는지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부적절한 사랑을 했는지도......

앞으로 내가 다시 사랑을 한다면,
누군가가 제공하는 보호와 안정 속에 안주하는 기생의 사랑이 아닌,
나 스스로가 뜨거운 체온을 발산하고,
뜨거운 몸으로 그 사람을 안아,
그의 체온과 나의 체온이 하나되어 추위를 물리치는
공생의 사랑을 하고 싶다.

지금 나는 외롭고 아프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너에게서 분리해나오는구나.
비록 우리의 사랑하는 방식은 조금 어긋나있었지만,
그래도 너의 사랑은 위대했다.
나는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너의 사랑보다 더 큰 그늘을,
더 따뜻한 난로를,
더 편안한 의자를 만날 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널 사랑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미안하다.

그리고

이제 힘들어도 너를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