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The Road not Taken(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난 나그네 몸으로 두 길을 다 가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한쪽 길이 덤불 속으로 감돌아간 끝까지 
한참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했습니다. 


먼저 길에 못지 않게 아름답고
어쩌면 더 나은 듯도 싶었습니다.
사람들이 밟은 흔적은 비숫했지만 풀이 더
무성하고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듯해서였습니다.


그날 아침 두 길은 모두 아직
발자국에 더렵혀지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습니다. 
먼저 길은 다른 날로 미루리라 생각했습니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리라 알고 있었지만.


먼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어
나는 사람이 덜 다닌 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 놓은 것입니다" 라고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

흔히들 인생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그 숱한 인생의 선택들이 갈림길에 비유하는 것인 이제 진부하다 못해 비유의 힘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은 나그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나그네라기보다는 여행자라고 말하고 싶다. 어쨌든 나는 목적을 가지고 걸어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오늘도 목적을 가지고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수 많은 자잘한 갈림길에서 선택을 한다. 지도도 없이, 조잡한 나침반과 나의 직감만을 가지고 말이다. 인생의 여행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면,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 내가 앞으로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내 뒤의 길은 지워진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 강아지라도 있는 것처럼.

때론 나의 선택이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후회하기도 한다. 가끔은 조잡한 나침반이 제대로 방향을 가르쳐주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때론 내가 그 나침반을 신용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고, 때론 다른 데에 정신이 팔려 길을 잘못 든 때도 있었다. 천상 길치인 나는 그럴 때마다 심각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가던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다음 갈림길에서 다른 쪽으로 빠져야 하는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가 혹시나 지나갈 여행자를 잡고 길을 물어야 하는지.

여태껏 대개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가다보면 마을이 나올테고, 마을에 가면 제대로 된 방향을 물어 볼 심산으로 그냥 그렇게 주욱 따라 걸었다. 그랬더니 웬걸. 나는 점점 나의 목적지와 멀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조금씩 목적지를 수정해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후회한다. 그 때 그 곳에서 오른쪽 길로 갈걸 하고 말이다.



유명한 일화지만, 피에르 가르댕은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동전을 던져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 선택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꽤나 감동적인 일화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린 나이에 상당한 감명을 받았었고, 한 때는 나도 그렇게 해 보자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최선을 다 하면 다 할수록,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다.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에 대한 열망이 너무도 뜨거웠다. 그래서 나는 덤불을 헤치고 길을 찾았다.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왔는데,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동전 던지기는 선택을 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얼 원하는지 확인해 줬을 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동전던지기가 무서워졌다. 내가 누르려 했던 나의 본심을 깨닫게 해 주니까.


지금 나는 다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길치란 참 불편하다. 고민 중이다. 나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시라도 빨리 방향을 수정해야 하는지.







덧)내가 이런 글을 쓴다고 해서 내 기분이 특별히 매우 우울하거나 한 건 아니다.(누가 그러길래ㅡ_ㅡ) 다만 나는 약간의 조울증 경향이 있을 뿐이며, 이런 축축 쳐지는 글을 쓰는 것을 즐길 뿐이다.

'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7/1/18일의 잡상  (21) 2007.01.18
장나라-안행복해  (8) 2007.01.17
걷기예찬론  (10) 2007.01.17
엉킨 실뭉치 해결법  (6) 2007.01.16
[BMK]내 마음에 들어오지 마세요  (8) 2007.01.16
YT OB총회 사진이 올라왔다.  (6) 2007.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