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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2007/1/18일의 잡상

  • 어제 빈 속에 마신 커피 두 잔이 탈이 났는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배만 아프다. 컨디션이 너무 안좋아 '오늘 토플은 패스~'라고 외치며 알람을 끄고 침대에 누웠으나, 오늘따라 유난히 충실해 주시는 카페인 요원의 임무수행 때문에 잠은 못 자고 이리뒤척, 저리뒤척. 결국 백기 들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제 친구가 보라고 부추긴 우행시를 보기 시작했다. 친구 말로는 실컷 울 수 있는 영화라고 했는데, 영화 보는 내내 콧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건가.
  • 이상한 마니또가 생겼나? 아침에 이상한 번호로 좋은 하루 보내라는 문자가 왔다. 순간, 백만가지 상상을 한꺼번에 펼쳐보는 삔냥. 그러나 결국 추론 실패. 일단 그런 장난을 칠 사람들 몇 명에게 같은 번호로 답문을 보냈다. 혹시나 본인이 아니면 얘기해 주세요ㅡ_ㅡ명단에서 제외시키게. 뿐만 아니라 낮에는 모르는 번호로 걸린 전화를 받았는데, 내가 '여보세요?'라고 하자 끊어버린다. 다시 전화를 해봤지만 받지 않는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당신께 알려드립니다. 핸드폰에서 전화번호 앞자리에 *23#을 붙이면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된답니다. 기왕 하실거면 완전범죄를 기획하세요! 하지만 즐거웠음은 인정합니다!ㅋ

  • 우연히 노트들을 정리하다가 아주아주 오래전에 내 일기장을 발견했다. 고3 막바지에 너무나 심난한 마음을 다스릴 길이 없어 샀든지, 아니면 그냥 일기장이 예뻐서 샀든지 둘 중 하나겠지만. 그 일기장 속에는 고3 말기부터 대학 입학한 후 8월 경 까지의 일기가 아주 띄엄띄엄 적혀있었다ㅡ_ㅡ. 3년여 만에 접한 과거의 내 모습은 상당히 생소했다. 2002년의 나는 애써 애써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었고, 2003년의 나는 체념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밝고, 산만하고, 정신없었다.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함은 일기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새삼 느꼈다. 나는 밝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나는 보았다. 과거의 그의 모습을. 슬프게도, 지금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의 모습이었다. 나는 3년 전에 했던 고민을 거의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펼쳐 든 일기장에 나의 자취를 남긴다. 조금씩 조금씩 보따리를 열다가 나도 모르는 새 뻥 하고 터져버렸다. 감정이 줄줄 흐르고, 나는 그것을 내 일기장에 주워담느라 바빴다.




오후 8:00 추가버전.
마니또 님께 드리는 한 말씀.

이 글을 보셨군요.
아침에 그 문자, 잘 받았고, 그것 때문에 조금 기분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끊으실 거면 전화하지 마세요.
발신번호 표시제한으로 전화하라는 것은 농담이었습니다.ㅡ_ㅡ
(진짜로 전화하다니, 바보 아닙니까ㅡ_ㅡ)
저는 장난 전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살떨리게 추운 겨울 저녁에 누군지도 알 수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끊어 버릴 전화를 받으려고 힘들게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고, 힘들게 핸드폰을 꺼내고, 힘들게 슬라이드를 올려 힘들게 통화버튼을 누르는 수고 따위는 딱 질색임을 알려드립니다.
기분좋은 마니또로 끝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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