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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새어나오는 감성 주체할 길 없어

어제부터 이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빗방울이 밤새 세상을 두드린다.
자연의 북소리에 나보다 먼저 깨어나는 것은 나의 감성이다.
세상이 허락한 범위 밖의 감성.
어쩌면 나에게 감성은 이드의 또 다른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왜 광년이들은 비만 오면 그렇게 홰까닥 돌아버리는걸까.
그렇다면 비만 오면 이렇게 주체 못 할 감성에 몸서리치는 나도 광년이인 걸까.
아니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비가 오면 마음 속의 무언가가 고개를 드는 걸까.
나는 혼자라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야금야금 시를 읽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쳐다도 보지 않던 시집들을 의식적으로 뒤져본다.
시 옆에 붙어있는 해설은 무시한 채 가슴으로만 시를 읽어 내려간다.

오늘도 우연히 비 오는 감성으로 시집을 뒤적이다 저 시와 만나게 되었다.
둘이 만나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또는 누군가가 했던 말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거절을 의미하는 것과 동시에 waiting line이기도 했다.
어쩌면 신호등.
신호등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때가 되지 않으면 파란 불을 켜지 않는다.
어쩌면 그 빨간 불의 매혹적인 불빛에 내가 매료되었던 것일지도.
기다릴만큼 기다렸는데도 불빛은 바뀌지 않았고, 나는 이제 다른 길을 찾고 있다.
Selamat Tinggal. Maaf dan Terima kasih.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근에 알게 된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누군가가 마그리트의 작품을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으로 분석했던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그냥, 외로움이 보인다.
그의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분투했을 무언가가 보인다.
깊은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마그리트라는 바다도, 너무 깊어 어렴풋이 실루엣만 보인다.
그 실루엣의 이름이 외로움, 또는 갈등.
그는 얼마나 갑갑했을까.
얼마나 밖으로 끄집어내고 싶었을까.
꺼내고 나니 평온하던가요?


<오늘 하루만>이라는 단어를 핑계삼이 또다시 쓰며,
나는 내 마음 속의 형형색색 젤리들을 또다시 블로그에 토해낸다.
이럴 때 역시 가장 좋은 것은 애꿎은 날씨 탓하기.
비가 와서 그래요, 비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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