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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영화]시라노;연애조작단-과거의 사랑은 얼마나 뜨거웠던가?




이 영화,
한국판 ‘Mr. 히치’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영화의 소재는 별로 특별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4억 8천만년 전에도 수컷과 암컷은 이른바 ‘밀땅’을 하여
종족번식을 꾀했고,
그 취지나 방법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으나, 웹 2.0세대로
진화한 인간들도 여전히 연애고민에 원형탈모라는 신종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염원을 반영하는 것이 히치나 시라노와 같은
연애해결사라는 직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한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고.
그 남자가 여자랑 어떻게든 한 번 엮여 보려고 우연히 알게 된 이상한 사무실을 찾아 가고,
그 사무실에서는 열과 성을 다하여 남자의 사랑을 이뤄주려고 노력하고.
그런데 우연히도 의뢰인이 사랑하는 여자는 해결사의 옛 사랑이었더라는,
현실성이 조금 떨어지는 그런 이야기.

(물론, 현실성이 충만한 로맨틱코미디는 별로 보고픈 마음도 없다만...)

이 영화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건,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말은, 감독이든 작가든 배우든 연출이든 그 상황에 대한 해석이 뛰어났다는 말일 수 있다.

내가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영화를 단지 눈으로만 본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을 만한 상상을
하였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다른 남자를 상상하였다.
(내 옆에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내 손을 꼭 붙들고 영화를 보던 남자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과거의 사랑은 마치 오래된 보물상자와 같다.
어딘가에 고이 보관되어 있지만 평소에는 주로 잊고 지내며,
어쩌다 한 번 꺼내어보면 왠지 여럽고 쑥스러운, 그런 것 말이다.

그런데도 눈에 띄면 꼭, 다시 한 번 꺼내보고 싶게 만든다.

다들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하지 않나?
예전의 연인을 다시 만나는 상상.
실제로 다시 만나보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때는 신기하게도 헤어졌던 그 때의 안좋은 기억보다는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생각이 난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그렇게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론,
       현실은 시궁창(ㄱㅡ)

헤어진 연인과 다시 시작하면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지게 된다"(시라노;연애조작단 中)
(아니, 꼭, 내가 그랬다는 건 아니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결혼을 할 게 아니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고,
그러면 그 사람은 언젠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겠지.
운이 나쁘면(많은 경우 운이 나쁜 것 같지만) 그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사실을 어디선가
보거나 듣게 되는데,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괜히 내가 루저가 된 느낌이랄까...
헤어진 연인에게도 내가 최고였으면 하는 그런 도둑놈심보.

이 영화는 그런 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그래서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과장되었다 하더라도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듯.
그래서 잘 만든 영화라고 내가 느낀 것은 아닐까?

이 영화는 추석 연휴에 조상님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연인들을 타겟으로 한 영화인데,
사랑하는 사람 손 꼭 잡고 보기엔 뭔가 좀 껄적지근한 느낌이 있다.
나는 오히려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사람과 함께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절,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은 얼마나 뜨거웠는지 다시 한 번 느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헤어졌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악수 한 번 하고 웃으며 헤어질 수 있도록...
(아ㅡ_ㅡ너무 이상적인가?)

덧1)
그나저나 이민정은 전생에 왜란종결자쯤 되는 듯.
이 훈훈한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걸 보니.




덧2)
최다니엘 말인데...
지붕킥에서는 그냥저냥 멀대같아서 별로 매력 없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찢어진 눈과 올라간 입꼬리를 갖고 있구나+ㅁ+
개인적으론 안경 벗은 얼굴이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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