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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영화] 7광구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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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 돋는다.


(스포 다량 함유. 보고 나서 나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말긔.)


 퀵 리뷰에서도 말했지만, 난 한국 액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스토리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도 딱히 그러한 한국 액션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원래 액션 영화라는게 보고 나서 뭔가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데, 또다시 물음표만 가득 안고 극장을 나와야 했다. 


첫 번째 물음표. 해준(하지원)은 왜 그렇게 7광구에 집착하는가?

딱히 '전사' 이미지에 부합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열연을 펼친 하지원에게는 일단 박수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냘픈 비명 소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좀 거슬리더라. 좀 더 시고니 위버 포스의 배우였으면 좋았겠지만, 한국인의 정형화된 미인상이 그런 연예인 배출을 가로막고 있으니 가능할 리가 없겠지.

아참참, 지금 하지원 말고 해준이 얘기해야지.

극중 여주 해진은 7광구를 과도하게 사랑하시는 7광구의 여신님이다. 뭐 대충 사진 비추고 말하는거 들어보니  해준의 아버지가 7광구에서 유전 찾는 데 뼈를 묻었던 듯. 뭐 이런 이유라면 다른 사람보다 7광구에 더 애틋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아무런 증거도 없이 거기서 유전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고 생떼를 쓰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보통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경우는 무언가 단서가 있을 때 가능하다.


(땡깡부리다 잘 된 케이스-<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에볼루션>)

그런데 이 아가씨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전문가가 NO라고 할 때 혼자 YES라고 우겨댄다. 도대체 왜?

두 번째 물음표. 도대체 그 크리처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괴물의 모태는 클리오네를 닮은 어떤 바다 생물이다. 그런데 어떻게 배양을 했길래 팔 다리에 눈이 생기고 이빨이 자라난건지 알 수가 없다.

뭐, 물 속 생물이 육지에서 숨을 쉬는 건 폐가 어찌어찌 적응해서 그렇다고 치지만, 연체동물같이 생긴 녀석이 영양분 이빠이 먹여서 눈이랑 입이 생기고 뼈가 붙고 이빨이 자라는지는 진짜진짜 미스테리. 그런데 머리도 좋아서 손가락도 없이 막 문 열고 선실을 들락날락. 얘 정체가 도대체 뭐니?

영화를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크리처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해설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연구원(차예련)의 대사 한 마디로 추리할 뿐.

"걔네들도 적응하는거죠. 마치 우리가 시추선에 적응하는 것처럼."

적응력 종결자로 추정될 뿐이다.


세 번째 물음표. 그런데 괴물이 사람을 왜 공격하나?

원래 괴물은 사람을 공격한다. 그래야 무섭고, 그래야 걔네를 없앨 명분이 생기고, 그래야 관객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카타르시스를 느끼니까. 그런데 보통 아무리 괴물들이라도 사람을 죽이는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어왔다.

비슷한 돌연변이 괴물을들 살펴보자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의 괴물, <딥라이징>에서의 크리처, 또는 <레지던트 이블>에서의 리커 알파 등이 있겠다. 나열한 크리처들이 사람을 공격하는 단 한 가지. 사람이 그들의 먹이이기 때문이다.
[괴물]의 괴물

[괴물]의 괴물

[딥라이징]의 이름모를 크리처

[딥라이징]의 이름모를 크리처

[딥라이징]의 이름모를 크리처

[레지던트 이블]의 리커 알파



그런데 7광구에서 나오는 크리처는 초반에는 사람 좀 먹는 듯 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이면 다 죽인다. 먹지도 않는다. 무턱대고 죽여서 갖다 버린다. 자기 몸에 불이 붙어도 사력을 다해 사람을 죽인다. 마치 인간에 대해 어마어마한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딱히 머리에 뇌가 들어갈 만한 자리도 없어 보이는데 이성이 있는거야? 그렇다면 다시 두 번째 물음으로 도돌이표. 배양을 어떻게 한거야?


네 번째 물음표. 너희의 근성은 어디로 갔니?

캐릭터에 대해서도 좀 알아보자.

여주 해준은 아까 얘기했으니 됐고, 남친 동수는 하는 일 없으니 제끼기로 하자.


정만(안성기)은 뭔가 매우 중요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 해준 아버지와도 친했었고, 크리처를 배양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에너지 자원을 발굴하는 데 대한 원대한 야망을 가진 인물이다.


........그런 인물 치고 너무 근성이 없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 야심가 캐릭은 자신의 야심 때문에 고집 부리다가 죽는 게 정설이다. 근데 정만은 우기다가 연구원을 죽여놓고 갑자기 착한 캐릭으로 돌변한다. 
생각보다 야심이 너무 작다. 그래서 일 대충대충 하다가 배양 잘 못해서 이상한거나 만들고 그러는거야.


다음으로, 뭔가 속이 깊어 보이는 선장(박정학). 극중에서 이름도 안나오네.

온갖 난리를 치며 대드는 꼬꼬마 해준을 그냥 냅둔다. 별로 상사답지 못하다. 심지어는 해준이 발광할 때마다 뭔가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왠지 해준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거나, 아니면 깊은 생각이 있어 보인다.

......그러는 사람이 제일 먼저 부하직원 버리고 내빼버린다.

도대체가 캐릭터들이 일관성이 없다. 그러니 스토리 전개가 이상해지지.

아..그러고 보니 초장에 메딕과 연구원부터 죽였구나.
보통 그런 캐릭들이 사건 개요 설명해주는데....
애초부터 설명할 마음이 없었어. 뚜쉬.




결론만 말하자면, 못 만든 <미믹>같다.

당시 꽤 혹평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이런 영화조차도 찾아볼 수 없으니...

 

또는 <에일리언>에 <딥라이징>을 섞어놓은 듯한 냄새도 좀 난다.
그래도 <퀵>보다는 낫던데 네이버 평점이 한참 후져서 안타깝다.
물론 <퀵>만큼 돈이 많이 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만큼 화려한 액션도 별로 없다.

그래도 <퀵>보다는 낫던데
그래도 <퀵>보다는 낫던데
그래도 <퀵>보다는 낫던데


뭐 어쨌든. 그건 내 생각인 거고.

언론사들에서는 <7광구> 영화가 개봉되어서 그동안 잊혀졌던 <7광구>에 관심이 집중될 거라고 좋아하던데,
영화를 보면서 별로 그런 문제 의식같은 것은 들지 않는다. 그냥 괴수영화일 뿐.
그냥 영화 마지막에 7광구에 대한 짤막한 자막이 올라오던데.......
한국 영화는 왜 그렇게 자신이 없으면 감정과 애국심에 호소하는건지.
이슈화하려면 애초에 영화 도입부에 일본 놈들이 와서 지랄하고 가는 장면 몇 컷 넣어주는게 더 효과적일텐데.

평점: ★


덧. 
요즘 두 편의 한국 액션을 보고 참 많이 씁쓸하다. 기술력은 되는데 스토리가 후달리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좀 후달려도 대충 고생한 티 좀 내고 신파 좀 섞어서 내놓으면 관객들이 적당히 봐 준다. 아 뭐. 요즘은 한국 영화만 그런 건 아니더라만. 씁쓸한 건 씁쓸한 거지. 자꾸 <원더풀 데이즈>가 생각이 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