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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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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위로 뚝뚝 떨어지는 붉은 헤모글로빈을 보았을 땐,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어,하하.

알싸하고 따끔한 느낌에 울상을 지었어.
이 피가 멎지 않으면, 나는 죽는 걸까.

로맨틱한 죽음이 될까?
핏빛 웅덩이 가운데 새끼 손가락을 꼬옥 쥐고 누워있는 긴 머리의 소녀.
아~거실 바닥이 흰색이었더라면 좀 더 드라마틱할 텐데...
그러고보니 나, 아까 땀 흘리고 샤워도 안했잖아.
잠옷도 너무 후줄그레 해.
이럴 땐 긴 생머리여야 하는데, 내 파마머리는 너무 지저분해 보일거야.
아차차...설겆이도 안했구나.

현실은 Fairy Tale과는 너무 거리가 멀어.
다시 억척이로 돌아와 반창고를 둘둘 감는다.
반창고 밖으로 배어나오는 검붉은 위협.
오히려 그 곳에서 또 다른 생명을 감지했어.
이렇게 피를 흘릴 만큼, 나는 건강하게 살아있구나!

상처란 그런거잖아.
언젠가는 반드시 낫는 거잖아.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아도,
언젠가는 그 흉터를 보며 무용담을 떠들게 되잖아?







피가 멎고,
난 반창고를 떼어버렸어.
물이 닿으니 좀 쓰라리긴 하더라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다 나을 때까지 꽁꽁 싸매고 있을 순 없잖아.
내일쯤이면 아픔이 조금은 가실테고,
모레부터는 그냥 조금 거추장스러울 뿐일테지.
새 살로 채워질거야,
항상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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