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는데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친구랑 남대문 가는 길인데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르겠다고.

머리를 질끈 묶고 화장도 지운 상태라 조금 난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평일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람이라 속으론 오~예를 백 번 외쳤지만,

겉으론 조금 무관심한 듯 '그래요'라고 말했어요.

집에 와서 이런저런 가사 노동을 하고 있던 중에 오빠에게서 20분 뒤면 도착한다는 전화가 왔고,

그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삔냥은 부리나케 나갈 채비를 했지만,

역시 오빠가 먼저 도착하고 말았네요.

헐레벌떡 지하철 계단을 올라가니

저어 앞에 조금 피곤한 듯한 오빠의 어깨가 보입니다.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요.

삔냥 특유의 대책없는 밝은 얼굴을 내세우고 쪼로로 달려가 옆에 앉습니다.

뛰어 오느라 턱까지 차오른 숨을 고르는 삔냥에게 무언가를 내미는 오빠.


중광 지하에 들러 캔음료 두 개를 뽑아들고 해가 진 학교를 배회합니다.

서관 앞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아주 잠깐의 여유를 즐깁니다.

모레 대한항공 면접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사람에게

지금 현재 내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밝은 웃음 뿐이로군요.

마음 같아선 날이 밝도록 같이 있고 싶지만,

서로의 내일에 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무거운 엉덩이를 벤치에서 떼어냅니다.

항상 길게만 느껴졌던 집에 오는 길은 오늘따라 왜이리 짧은지,

맨날 서너번씩 틀리던 건물 앞의 비밀번호는 오늘따라 왜이리 잘 눌러지는지...




괜히 집에 와서 오빠가 선물한 삔으로 이래저래 머리를 묶어봅니다.



왠지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늑한 설레임 때문에 말이죠.





'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갠 2007년 7월 10일  (24) 2007.07.10
2007.07.08.  (12) 2007.07.08
연애잡담 (부제: 새내기 커플 염장질 포스팅)  (16) 2007.07.06
예기치 못한 데이트, 그리고...  (27) 2007.07.03
이사++  (27) 2007.07.01
나는 관대하다.  (34) 2007.06.27
새어나오는 감성 주체할 길 없어  (13) 2007.06.25
Posted by ☆에스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oftware.tistory.com/ BlogIcon 별바람 2007.07.03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삔냥님이 무척 행복하신거 같아
    글을 읽는 저도 한없이 기쁘네요
    저도 삔냥님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삔냥님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따로 있나봅니다.
    사랑에 상처받지마시고
    부디 예쁜 사랑하세요 삔냥님..

  2. Favicon of http://daeil.tistory.com BlogIcon 벗님 2007.07.04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닉네임에 어울리는 예쁜 삔이네요. ^^ ㅎㅎ

  3. 앤드로디지더 2007.07.04 0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 삔이가 맘에 들어해서 다행이다 ㅎㅎ 자기전에 들렀엉ㅋㅋ
    일찍 자요^^

  4. Favicon of http://www.shinalog.com BlogIcon 썬샤인 2007.07.04 08: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삔이 뻔쩍뻔쩍하네요~ㅎㅎ
    글도 잼있구요
    오래오래 사랑하세요^^

  5. Favicon of http://www.rainydoll.com BlogIcon rainydoll 2007.07.04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겉으로 너무 무심한 척 하시면 남자친구분이 상처받을지도 모릅니다. ^^;

  6. Favicon of http://badnom.com BlogIcon w0rm9 2007.07.04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삔냥의 삔이군요.ㅋ

  7. Favicon of http://lymei.net BlogIcon 메이아이 2007.07.04 1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홋 머리핀 시원하고 예쁘네요!

  8. DH 2007.07.04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다 이쁜 삔. 나도 하고 싶어 ㅎ

  9. Favicon of https://cksdn.tistory.com BlogIcon 찬우넷 2007.07.04 19: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어~ 점점 늘어나는 염장포스팅인가요 *_*??

    남친님이 대한항공 면접_-?/ 우우-

    얼마전에 습득된 유실물 중에 승무원학원(..?) 다니는 사람이 잃어버리고 간 듯한
    승무원학원 다이어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엄청 힘들겠던데요-ㅁ-.
    부러워요~

    • Favicon of https://merrysunshine.tistory.com BlogIcon ☆에스비★ 2007.07.05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승무원학원도 있나요?+_+
      남자친구는 그런 쪽이 스튜어드 쪽이 아니에요;;;ㅋ
      그런데 그런 게 들어오면 역시 한 번쯤 보는군요ㅋㅋ

    • Favicon of https://cksdn.tistory.com BlogIcon 찬우넷 2007.07.05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있으니까 학원 마크가 찍힌 다이어리를 나눠줬겠죠 :)

      유실물 오면 대충 뭔가 훑어보는데
      그 다이어리는 보다보니 인사법 면접법 뭐 그런거 적혀있길래
      재미있어서 샅샅이 살펴봤답니다 ㅎ

  10. Favicon of http://neutrino37.egloos.com BlogIcon 무한검제 2007.07.05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와.. 이쁜데요.. 나중에 삔하고 사진 올려줘요..ㅋ
    * 글구 메일 보냈어요. 시간 잡아 주셈~ ^^;

  11. Favicon of http://www.ncfly.net/ BlogIcon NC_Fly 2007.07.05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이 삔냥님도 커플이시면서 ~ ;
    (삔 이뿌네요 >ㅁ<)

  12. Favicon of http://www.sky1piece.net BlogIcon sky1piece 2007.07.09 0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습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런 염장을 ㅠ_ㅜ....... 괜히 봤어 괜히봤어..

  13. Favicon of https://jinodayo.tistory.com BlogIcon 지노다요 2007.07.18 1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부럽다 정말 부럽다 배아프다 아 회사에서 아침을 방갑 맞이할려고 읽다가

    보지 말아야 할 글을 읽은 제 자신이 윽 ㅡㅡ;;

    부럽숩니다 흠 그렇게 대하는 님도 부럽고 여유로움이 보인다고 나 할까

    사랑이 모길래 정이 모길래 아프면 부럽기만 하옵니다.

    사진에 나오는 핀 이뿌다 >< 꽃인줄알았네 진짜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