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식지 않은 나의 열정을 위하여.

힘이 들었다.
왜 힘이 들었을까.

나의 인생에 자양분이 되라고 갔었던 유럽 여행에서 예상보다 커다란 실망을 안고 돌아오고,
새로 시작된 따끈따끈한 신학기에는 나를 불태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역동적이고 뜨거웠던 지난 학기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수업들.
다들 졸업하고 혼자 남은 것 같은 텅 빈 학교.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졸업에 대한 은근한 압박감.
취업에 대한 중압감.
날카로운 짝사랑이 스치고 간 뒤에 남은 보기 싫은 흉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의 상실.

내가 가고 싶었던 한 곳은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고,
내가 가고자 했던 또 다른 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꽤나 힘이 들었다.

매너리즘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 그것을 떨쳐내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잠이 드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프라이드에 마저 금이 가 버리고.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기.

매번 시비를 거는 쪽은 내 쪽이었고,
그럼에도 사과하는 쪽은 오빠였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나의 특기였는데,
어째서 이토록이나 나답지 않았던지...
그럼에도 항상 먼저 손 내밀고 일으켜주고 다독여주는 내 사람이 있어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려고 한다.

 삔아~ 요즘 많이 힘들지? 오빠가 요즘 너에게 힘이 되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자꾸 울리기만 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미안해~
항상 네 옆에서 힘이 되주겠다 그러고선 정작 빈이가 감당해야 할 일들이 그렇게나 크고 힘든지 모르고 내 상황만 생각하고 의지한 것 같아. 하지만 오빠 어깨는 항상 널 위해 비워둘꺼라는거...
시간 참 빠르다! 서로 어색해하며 손도 못잡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100일이 지나버렸어. 요즘 같아선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땟을까? 라는 생각도 들곤 해~ 하지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운명이고, 서로에게 힘든 시기가 있는 만큼 너나 나나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될걸고 생각해.
솔직히 오빠가 많이 어설프지? 특히나 연애에는 더욱 그런 것 같아... 어떨 때는 이런 나의 모습이 싫기도 해ㅠㅠ 사람을 오랫동안 만난다는 거 오빠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일이거든.. 하지만 네 눈에는 표가 안나고 성에 차지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노력 많이 하고 잇다는 거 알아줘~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해가는 내 모습이 있다면 그게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들일꺼야. 비오던 날에 처음으로 빈이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팔짱을 끼었던 그 순간을 기억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안타깝고 슬픈 일이야. 중요한 것은 처음에 사랑을 느꼈던 그 감정을 잊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 100일을 갓 지난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널 사랑해~ 하지만 네가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면들까지 무조건 사랑한다는 것은 오히려 너에게 부담이고 가식적인 행동일꺼야. 그냥 오빠는 너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싶다는 것이 오빠의 진실된 마음이야.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고 꽤니 진지한 글이 되어버렸네 ㅎㅎ빈이 속으로 또 웃겠다.ㅋㅋ 마지막으로 느끼한 멘트 하나 날린당~
우리 귀엽고 사랑스러운 삔냥의 호수 같은 눈동자에 건배~
더욱 더 단단하고 성숙해질 우리의 사랑에 건배~
나의 보물 삔아 ♥해~~~


-2007.10.2 댝이가-

그래요, 그렇게 해요.
걸음마하듯 천천히, 온 힘을 다해서.
서툴고 어색해도 항상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두 손을 꼭 잡아주세요.
나, 온 힘을 다해 두 다리로 버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