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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아직 식지 않은 나의 열정을 위하여.

힘이 들었다.
왜 힘이 들었을까.

나의 인생에 자양분이 되라고 갔었던 유럽 여행에서 예상보다 커다란 실망을 안고 돌아오고,
새로 시작된 따끈따끈한 신학기에는 나를 불태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역동적이고 뜨거웠던 지난 학기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들어야만 하는 수업들.
다들 졸업하고 혼자 남은 것 같은 텅 빈 학교.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어오는 졸업에 대한 은근한 압박감.
취업에 대한 중압감.
날카로운 짝사랑이 스치고 간 뒤에 남은 보기 싫은 흉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꿈의 상실.

내가 가고 싶었던 한 곳은 내가 상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고,
내가 가고자 했던 또 다른 곳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꽤나 힘이 들었다.

매너리즘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 그것을 떨쳐내고자 발버둥치지만,
결국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잠이 드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프라이드에 마저 금이 가 버리고.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하기.

매번 시비를 거는 쪽은 내 쪽이었고,
그럼에도 사과하는 쪽은 오빠였다.
아무것도 재지 않고 따지지 않고 사랑하는 것은 나의 특기였는데,
어째서 이토록이나 나답지 않았던지...
그럼에도 항상 먼저 손 내밀고 일으켜주고 다독여주는 내 사람이 있어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가려고 한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걸음마하듯 천천히, 온 힘을 다해서.
서툴고 어색해도 항상 지금처럼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두 손을 꼭 잡아주세요.
나, 온 힘을 다해 두 다리로 버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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