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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커피, 마시지 않아도 중독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오늘은 꼭 커피를 마셔야지!'라고 생각했다. 한겨울엔 역시 하얀 우유거품 소복이 올라간 라떼나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달달하고 쌉싸래한 카페모카가 제격이라는 생각을 하자 가슴 속이 따끈따끈해지는 기분이었지만, 결국 오늘도 커피마시기 미션은 실패!!(두둥~)

연인처럼 가까웠던 우리 사이가 언제부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나와 함께 생활해 온 권태와 고뇌라는 두 형제가 조금씩 밖으로 내몰리면서 더 이상 쓴 안정제가 필요없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보다는, 바빠서 연락하지 못해 자연스레 멀어지는 연인 쪽이 더 가까운 듯하다. 마치 원거리 교제를 하는 것마냥, 그를 만날 수 있는 낮 시간에는 정신없이 바쁘다가 그를 만날 시간이 되는 때는 이미 해가 떨어져버린 9시 이후라던가 말이다.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문득 나의 욕망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나는 커피의 짙고 검은 향기를 잊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나는 잘 꾸며진 새침한 그의 모습이 그립다. 숙련된 장인이 정성들여 뽑은 새콤쌉사름하고 깔끔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최근 나의 열망이다. 슬프게도 이 곳의 커피는 뭐랄까... 폐인이 되어버려 다가가고 싶지 않다고나 할까... 좀더, 좀더 멋진 모습을 보여달란 말이다!

나의 코와 혀를 만족시키는 것은 유명 브랜드의 커피가 아니다. 정석을 지킨 커피라면, 작고 허름한, 심지어 의자마저 삐걱거리는 커피숍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가정용 커피메이커를 결재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물론 주위 사람들은 코웃음친다. '열 잔은 뽑아 마실거냐?'고 말이다).

이토록 오랫동안 커피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아직 우리는 헤어진 연인은 아닌가보다. 그냥 잠시 떨어져 있을 뿐. 오늘도 커피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 늦은 시각에 커피를 마셨다간 내일부터의 강행군이 힘들어 질 것은 타로 점밖에 볼 줄 모르는 나도 확실하게 예언할 수 있기에, 또 욕구를 억누른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

내가 널 더 멋지게 변신시켜줄테니까!


※덧. 커피머신과 함께 나의 쇼핑리스트 1호:

알아..나도 다 볼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