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 진득한 밤이다. 꼭대기층 빌라는 낮동안의 복사열을 아직까지 품고 있다. 무심한 에어컨은 나의 더위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그냥 그렇게 무심하게 돌아간다. 오랜만에 만나는 햇빛을 반기며 널어 놓은 빨래는 끊임없이 습기를 뱉어낸다. 창문에 달라붙어 악을 쓰던 매미는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조용히 혼자 앉아 신경질적으로 마우스 커서를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무료한 여름 밤이다. TV 속 연예인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낄낄거린다. 그 소리가 거슬리지만 TV를 끌 용기는 나지 않는다. 저 소리마저 없으면 무거운 여름 공기에 질식할지도 모르니까. 잠시 컴퓨터를 끌까도 생각해 보지만, 그것 역시 두렵다. 세상과 단절되어 버리는 것 같아서. 몇 걸음 되지도 않는 거실을 서성이다, 휴대폰을 집어들어 전화를 걸었다. "하겐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 38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