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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정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아아0_0;;;

하니와 클로버 2기에 손을 대고 말았다...덜덜덜......



1기에서 어찌어찌 시노부와 하구가 미술 재료를 사러 갔다 오는 신이 있었다.
풀이 죽어 울 것 같은 하구에게 슈우지가 묻는다.
"즐거웠니?"
"즐겁지 않았어.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
걷는 거 따라가기 바빠서 다리도 아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좀처럼 말을 못꺼냈어.
뭘 사고 싶었는지도 기억이 안나고
말도 못 꺼내고...
어쩐지 빨리 돌아가고 싶었어.
그런거 싫어!"

'바보구나.
그건 당연히 좋아하기 때문이잖아.'


맞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거잖아.

하니와 클로버를 보면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구현이가 떠오르는건 왜일까.

구현이의 생일파티였다.
그냥 근처 사는 친구들끼리 조촐하게 챙겨준 생일.
구현이 친구와 내 친구가 어찌어찌 마련한, 조금의 흑심이 있었던 생일파티.
선물을 고르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렸던 듯.
아마도 그 날 피자를 먹었던 것 같다.
무슨 피자를 먹었는지, 손으로 먹었는지 칼로 썰어 먹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마도 치마를 입었던 것 같은데, 원피스였는지, 그냥 치마였는지, 길었는지 짧았는지...
나, 머리는 풀었는지 묶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
내가 기억나는 건 그 날의 단편들.
립글로즈를 발랐는데, 남욱이가 구현이한테는 파우더를 바르는게 더 먹힐거라고 했던 것.
그리고 그날 처음 포켓볼을 배웠는데,
공부벌레인줄만 알았던 구현이가 꽤 잘쳤었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내가 준 선물에 어떠한 감정도 표정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것.
그래서 슬펐다는 것.

오후 내내 놀다 들어왔는데 피자 먹고 포켓볼 친거 밖에는 아무런 기억도 안난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완전히 뻗어버렸다.
구현이 앞이라 하루종일 긴장하고 있었나보다.

하구의 느낌, 알 것 같아.
입 밖으로 내보내는 말 하나 하나 열 번 넘게 검열에 검열을 거쳤을거고,
손짓 하나 눈짓 하나 그 사람이 어떻게 볼까 신경썼을거야.
그러니 즐거울 리가 있나.



짝사랑은 원래 그런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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