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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비가와.



싫어한다, 비.



오후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볼 일을 보다가

저녁 약속까지 잠깐 시간이 떠서 집에 들어왔다.

어제 밤 잠을 설친 탓일까, 쏟아지는 졸음에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깐 눈을 붙였다.

뻐꾹뻐꾹.

문자 오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뭔넘의날씨가이런고 세기말같잖아]

다시 눈을 감았다.

후두두둑 후두둑 후둑 후두두두둑.

가 오는 구나.

왈칵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만들다 실패한 초콜릿과 함께 꿀꺽 삼킨다.

옷 갈아입어야 하나.

대충 코트만 갈아입고 우산을 챙겨 길을 나선다.

마침 MP3에서는 故 유니의 습관이 흘러 나온다.

역시 비는 싫어.

가 오는 날은 집에서 청소나 하다가 커피나 한 잔 타 마셔야 하는데.

갑자기 집 안에서 진동하는 초콜릿 향기가 그리워졌다.

어둡고 싸늘한 골목길.

담장 밖으로 드리워진 나뭇가지들이 스산하고 지저분해 보인다.

비가 싫어.

머릿속에서 되뇌인다.

기분전환 용으로 우적우적 씹어먹은 초콜릿 때문에 속이 다린다.

그것 마저도 탓.

설레는 마음으로 예쁘게 차려입었는데,

때문에 흰 바지가 거추장스러워졌다.

때문이야.




싫어한다,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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