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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Be My Valen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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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까지 만들었던 초콜릿이다.

뭐, 특정한 사람을 콕 찝어 주기보다는 주위 솔로들을 챙겨보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항상 챙겨왔던 기념일이라 그냥 넘어가기 뭣해서...

나름 이쁘게 만들어진 것 같아 꽤나 만족 중이다.ㅎㅎ




내가 발렌타인이라는 날에 대해서 알게 된 건 4살때 쯤이었다.

엄마가 집에 들어오면서 굉장히 비싸고 맛있어 보이는 초콜릿을 사 들고 왔다.
(그것도 하트 모양의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당연히 내 건줄 알고(어렸을 때부터 안하무인 유아독존) 하나 집어먹으려는데,

엄마가 아빠 줄 거라면서 못 먹게 말렸다.

조금 심통이 나기도 하고, 갑자기 그러는 엄마가 이상해서 "왜?'라고 물어봤더니

발렌타인 데이라는 날이란다.

이 날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이란다.

신기한 날이로세.

남자들이 뭘 잘했다고 이 날 초콜릿을 받는걸까.

그렇게 엄마랑 둘이 하트 모양 통에 담긴 초콜릿을 바라보며 야근하는 아빠를 기다렸고,

기다리다 지친 내가 먼저 잠이 들어

엄마가 초콜릿을 혼자 다 먹었는지, 아빠를 주었는지,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뜨거운 밤을 보냈는지*ㅡ_ㅡ* 확인할 방법은 없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이름이 아직도 기억나. 손준혁. 교감선생님 아들.

발렌타인 데이에 수줍게 고백을 했었더랬다.

소득 없음.(그 나이에 뭘 바란거냣!!)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한동안 발렌타인 데이는 그냥 친구들과 초콜릿을 나누어먹는 날 정도였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생겼다.

남자친구 주려고 초콜릿을 사서 냉동실에 예쁘게 넣어놨는데,

엄마가 나를 조용히 따로 부른다.

"어서 가서 아빠 것도 사 와라."

아빠가 냉동실에 넣어 둔 초콜릿을 자기 건줄 알고 엄마한테 자랑을 하더란다.

부랴부랴 다른 걸 사왔다.

아빠, 미안.




작년 오늘, 초콜릿을 들고 친구녀석 면회를 갔었다.

(아마도) 생전 처음 받아보는 초콜릿에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그렇게 연신 고맙다고 하더니 전역하고는 문자조차 없다. 썩을 것.

부산 내려가면 너는 뒤졌어.




등록금 때문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자카르타로 휴가(?)를 떠나 골프를 치는 중이라고.

불쌍한 울아빠.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빵~ 오늘 발렌타인인데~~~~"

"옹야, 우리 딸. 그런 날도 있나?ㅋㅋ"

"엄마가 쪼꼬렛 안챙겨주드나?"

"느그 엄마 자카르타 갔다. 그라는 니는 집에서 뭐하노? 쪼꼬렛 챙겨줄 쪼가리 없나?"

"ㅠㅠ그런거 없다."

"야, 이런 날 쪼꼬렛도 주고 하면서 하나 꼬시야지~
 니는 언제 쪼가리 꼬셔가꼬 집에 놀러 올래?"

"ㅎㅎ그러게 말이야(아빠 미워ㅠㅠ)"

"빨리 나가가꼬 오늘 하나 꼬시라"

"ㅇㅇ;;;"

Sorry, I'm daddy's spoiled little girl.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

그런데 이런 날 고백에 성공할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다고 한다.

특별한 날이 되면 경계심이 높아진다나, 뭐라나~.

그냥, 초콜릿을 위한 날이라고만 해 두자.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다.

가게 곳곳에서 특이하고 맛있는 초콜릿들을 여기저기서 팔고,

초콜릿을 마음껏 먹어도 되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날.


먹고 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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