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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그 때가 그립소.

아주 오래전 옛날,
드래곤 슬레이어가 진정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그 시절,
그런 날들이 있었다네.
여관에는 대낮부터 주정뱅이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작은 마을에도 온갖 길드가 넘쳐나던 시절.
영주의 집은 방이 아흔 아홉 칸.

부귀와 영화 속에 잊혀진 영웅들의 이야기.
이름에서 짙은 커피 향이 퍼질 듯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졌음에도 그 사용법을 몰랐던,
앞만 보고 달려가며 돌덩이도 부셔버리는
먼치킨 전사 셀로와,
인간을 연구하던,
가장 이성적이고 지혜로웠던,
하지만 그 지혜를 전사를 말리는 데 써야 했던
비운의 만성 빈혈 엘프 이루릴과,
가장 어린 나이에 가장 험한 외모를 지녔던,
자물쇠에 머리핀을 쑤셔박고는 도망다니던,
단 한 번의 트랩해제도 성공한 적이 없던,
전투 때마다 현란한 검무만 보여주었던
루니 도적 네리아의
세상을 구한 이야기.

여관의 모든 메뉴는 오므라이스로 통일.
고블린 한 마리 퇴치에도 왠종일 잡아먹고,
전사는 보화에 눈이 멀어 녹괴물의 배까지 갈랐도다.

던전 안에는 무시무시한 거머리가,
던전 밖에는 고레벨의 밴디트,
마을의 길드에서는 푸대접에,
항상 주머니엔 CP만 짤랑짤랑.

우연찮은 npc 일격 한 방에
용자들은 우왕좌왕
어이 없는 먼치킨의 필살 일격에 나가떨어지는 문짝을 보며
마스터는 갈팡질팡.

그런 시절이 있었다네.
빛을 피해 사람을 피해 다이스를 굴리던 시절.
다이스와 룰북만 있다면 어디에서는 rp가 가능했던 시절.
클래식의 심플한 룰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시절.
마스터의 루니 성향을 아무 비판 없이 흡수하던 시절.

도적은 어느 새 루니 마스터가 되었고,
엘프는 팔라딘과 바드를 전전하였으며,
전사는 군대를 다녀왔다.

그립도다.
교양관 구석에 우뚝 솟았던 다이스가.
그 많던 마스터들은 다들 어디로 갔단 말이냐.





......느닷없이 플레이가 고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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