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표현해야 할 사람이 있어요.


선배, 오늘 고마웠어요.
선배는 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겠지만,
난 너무 고마워요.
연락해줘서,
함께 밥 먹어줘서.

뭐에 씌인 날이었어요, 오늘.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해일이 갑작스레 찾아왔어.
버티려고, 나를 추스리려고 노력해봤는데
휩쓸려 가 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엉엉 목 놓아 울어버렸지 뭐야.

정말 이상한 날이었어요.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눈물이 나와.
아마도 많이 힘들었나봐요.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 점점 보이지 않는 것이.
어린 애가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이.
애만 태우는 것이.
슬픈데도 웃는 것이.
마냥 좋은 척 한다는 것이.

무엇보다 혼자라는 것이.

혼자가 되는 것은 내 선택이었는데,
왜 정작 나는 혼자라고 생각하자 그토록 슬퍼지는 건지.
내 마음은 거짓말쟁이인가봐.
사무치도록 외로웠어요.
양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집에 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무방비의 나에게로 거침없이 달려드는 어둠과 적막의 곤두선 칼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어요.

차가운 침대에서 잠이 들고,
몸부림을 치다가 문득 닿는 바스락거리는 이불의 느낌에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나
다시 한 번 혼자임을 뼈아프게 느끼고......

누군가의 체온이 필요한 그런 날이었어요.
아니, 체온까지도 필요 없어.
누군가에게 내가 필요하다는 사소한 성취감이라도 좋았어요.
그런데 나는 소심한 바보라,
그 누구에게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할 수 없어요.
내 마음 속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듯,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선뜻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런 바보니까.

너무나 힘든 하루였어요.
조그만 충격에도 툭 터져버릴 듯한,
길을 걷는 도중에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감정의 봇물을
애써 추스리려 간간이 길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그런 하루였어요.
비를 피할 기력도 없어,
내리는 눈물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슬픔에 젖어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몸을 파묻었더니,
목을 조르고 가슴을 짓누르는 이유 없는 슬픔 때문에 발버둥치다
참았던 숨 대신 울음을 토해내려던 그 때였어요.

밥 먹자고 전화해줘서 고마워요.
그 전화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 눈물에 익사했을거야.

오늘은 사람이 너무 그리운 날이었나봐요.
인터폰 너머로 보이는 오빠의 얼굴이 눈물 나게 반가웠어.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어요.
오빠가 아니었다면 나, 지난 몇 개월을 어찌 견뎠을 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너무 힘들어 다 정리했을지도.
쓸 데 없는 사소한 고민까지 화 내지 않고 들어줘서 고마워요.
주책맞은 스물 세 살의 어리광 받아줘서 고마워요.
필요할 때 날 찾아줘서 고마워요.

오늘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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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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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oftware.tistory.com/ BlogIcon 별바람 2007.05.10 0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완전소중하시고 사랑스러우신
    삔냥공주님이랑 같이 밥먹고 싶어요...
    언제 같이 먹어주시는거죠? *^^*
    사랑스러운 삔냥공주님과 같이 먹는 밥이라면
    설사 밥이 코로 넘어간다고 해도 전 행복할꺼예요
    그럼 오늘도 저는 어여쁘고 귀여우신 삔냥님 생각만
    열심히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완전소중 삔냥님을 흠모하는 별바람 드림♡

  2. O'Mrice 2007.05.10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변에 참 좋은 사람을 두셨네요..ㅎㅎ

    • Favicon of http://merrysunshine.net BlogIcon ☆삔냥★ 2007.05.10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때때론
      "너 실시간으로 살찐다"등등의 비수를 박는 양면성을...ㅋㅋㅋ

  3. Favicon of http://software.tistory.com/ BlogIcon 별바람 2007.05.10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익후 완전소중하시고 귀여우시고
    거기다 사랑스러우시기까지 한
    삔냥공주님을 위해서라면 밥은 물론이요
    제 간과 쓸개와 심장과 콩팥과 기타등등
    신체 모든것이라도 뽑아 드리겠습니다~♡
    전 이미 삔냥공주님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져서
    아무것도 안보인다는~♡ 책임지세요오오 ㅠㅠ♡

  4. Favicon of http://neutrino37.egloos.com BlogIcon 무한검제 2007.05.10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들땐 다정히 내미는 손 하나면 충분하지요..ㅋ
    좋은 선배분 두셨네요..^^

  5. Favicon of http://www.daegul.com BlogIcon 데굴대굴 2007.05.10 14: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저같은 사람이군요? (후다닥~~~)

  6. Favicon of http://seisis.tistory.com BlogIcon 세이시스 2007.05.11 0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저도 후배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은데 알고 지내는 후배들이 대부분 여자애들인 탓에 쉽게 접근하기가 힘드네요. ㅇㅅㅇa

    도움을 주고 싶어도 남녀라는 벽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ㅠㅠ

    요즘 심적으로 많이 힘드신가 보군요.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많은 사람들이 삔냥님을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시기 바래요.^^ 파이팅!

    • Favicon of http://merrysunshine.net BlogIcon ☆삔냥★ 2007.05.11 0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처럼 여자이길 포기한 여자 후배분에게 도움을...;;;;

      요즘 이래저래 압박이 많았던가봐요.
      특히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사실에 짜증이 많이 났었어요(성질이 더러워서ㅡ,.ㅡ)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다시 밝아질게요^^

  7. Favicon of http://www.happyin.net BlogIcon 편리 2007.05.11 0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선배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삔냥님이 무척 부럽네요.
    저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긴 다 직장인들이고 이러다 보니..
    힘들 때나 이럴 때 연락을 마땅한 친구들이 없다는 거죠.. ^^;

    금요일입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즐길 수 있을 때 즐기고...
    울고 싶을 때 울고.. 다 그런거죠.. 오늘 신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Favicon of http://merrysunshine.net BlogIcon ☆삔냥★ 2007.05.11 0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직장인이 아닌데도 연락할 사람이 없더군요..;;
      좁은 인간관계라^^;;
      금요일입니다!만 저는 주말에도 팀플 등등이...ㅠㅠ

      저 대신이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8. Favicon of http://blog.naver.com/taiot BlogIcon 동수 2007.05.11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그런 선배는 없군. 하지만 그런 선배가 되야겠어.

  9. Favicon of http://software.tistory.com/ BlogIcon 별바람 2007.05.12 0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삔냥공주님~~♡
    요새 여러가지로
    많이많이 힘드시겠지만
    기운내세요~~

    잠깐의 여유도 가지시구요~~
    우울한 삔냥공주님의 모습은 시러시러요 ㅠㅠ
    밝고 활기찬 아름다운 삔냥공주님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보여주세요오~~*^^*

    그나저나 전 좀 있다 꿈나라에서도
    삔냥공주님 생각할거구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삔냥공주님 생각하겠습니다아~~
    그래도 괜찮겠죠??

    삔냥공주님에게 푹 빠져버린 별바람드림♡(수줍수줍)

    • Favicon of http://merrysunshine.net BlogIcon ☆삔냥★ 2007.05.12 0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번 빠짐없이 글을 남겨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사람이 기쁠 때가 있으면 슬플 때도 있는거죠^^
      저 역시 어서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데 지금은 좀 힘드네요^^
      안녕히 주무시구요, 좋은 꿈 꾸세요^^

  10. Favicon of http://gomguru.tistory.com BlogIcon 비탈길 2007.05.12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뭐랄까; 조금 댓글이 어긋난 것 같지만.. 글 참 잘쓰시는 것 같아요~~^^; 저도 삔냥님처럼 쓰고파요.ㅎㅎ

  11. Favicon of http://skygum.tistory.com BlogIcon 백마탄환자™ 2007.05.12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음...뻥쟁이?

  12. 듬쓰 2007.05.12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고 싶을때 펑펑 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우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앉아 있어 줄 사람이 있는것도
    앞에어 맘껏 울 수 있는 상대가 있는것도
    행복한거래-
    우리 아가씨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