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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공포를 조장하는 TV프로그램

오늘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와 TV를 켰더니 마침 '무서운 스펀지'가 방영되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좀도둑 예방인 듯 했는데....
생활 속에서 있을 법한 사건 사고에 대한 정보와 예방법을 제공하기에 꽤 유용하다고 생각했지만,보다 보니 좀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일반 가정 집에서 문은 1~2주에 한 번씩 닦아줘야 할 듯 하고, 현관문 자물쇠도 한 4~5개는 달야아 할 듯 하고, 가정집에 CCTV는 옵션인 듯.
물론 과거에 수동 자물쇠가 무려 2개나 달렸음에 도둑을 맞았기 때문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나, 최근 이러한 프로가 지나치게 많은 건 아닌가 한다.
이영돈 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나 불만제로와 같은 프로그램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물론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여 권리를 찾게 하고, 있음직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좋지만, 이들이 주는 메시지가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공포'라는 것은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는 커다란 원인이 된다. 광고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 중에 '위협 소구(real appeals)'라는 것이 있다. 이는 만약 소비자들이 어떤 행동이나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강조하는 방법이다.(Michael R. Solomon,소비자행동론, 브레인코리아,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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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귀여운 위협소구 다이어트 음료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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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위협소구. 담배를 끊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경고한다.


한때 성(性)적 소구가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유머 소구나 감성 소구, 위협 소구와 같은 메시지 전달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인 듯.(그만큼 사람들에 성적 소구에 익숙해 진 것도 같다.)

어쨌든, 이러한 메시지 전달 방법은 비단 광고에서만 끝나지 않고, TV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TV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위협 소구는 광고의 그것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보원 효과'라고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의 특징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원 효과를 결정하는 2가지 큰 특징은 '공신력(credibility)' '매력(attractiveness)'이다.

공신력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전문적이고 객관적이거나 신뢰성이 높을수록 높아진다. '무서운 스펀지'나 '불만제로', '소비자고발'과 같은 프로그램은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객관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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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교보 다이렉트 건강보험 광고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이미 '이것은 광고'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것을 보고 건강보험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강력하게 하지 않을 수 있다. 광고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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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불만제로 프로그램의 나무젓가락 편이다. 어떠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심 없이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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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불만제로의 '이불솜의 실체'


게다가 이런 프로그램에는 주로 전문가가 등장해 무시무시한 의견을 덧붙인다. 여기에서 프로그램은 전문성을 가지며, 이에 따라 공신력은 더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이를 본 시청자의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공신력 높은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 시청률을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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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터넷 뉴스에서도 마찬가지.
그래서 요즘, TV를 보다보면 '나는 참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는다.
다음 뉴스만 보는 우리 엄마는 '한국은 무서운 나라'라며 두려움에 떤다.
도둑과 치한을 모두 만나 본 아가씨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내 주위의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내 주위 사람들은 다 좋은 사람들 뿐인데, TV가 비쳐주는 세상은 온갖 지독한 일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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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사회학회 전기사회학대회에서 발표된 '공식통계와 범죄피해조사 결과의 비교'를 보면, 사실상 절도발생 숫자는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강도발생 숫자가 는 것은 슬프지만)
물론 이것은 10년이나 된 통계자료이며, IMF 발생 이후에는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해가 갈수록 사람들은 불안도는 높아진다는 점이다. 과연 무엇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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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05 사회통계조사(복지, 안전, 환경) 결과.



'아는 것이 힘'이가는 한데 때론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한쪽으로만 치우쳐진 방송 편성은 실제 세상에 대한 눈을 흐리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분가 TV가 바뀔 것 같지는 않으니,
보는 이들이라도 지나치게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듯.
스파이스 걸스가 그랬다.

"Too much of Something Is bad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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