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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이터널 선샤인



사람의 기억은 '공간'일까 '구조'일까.
사람이 하나의 '방'에 기억을 저장한다는 가정 하에 출발한 영화다.
따라서 기억이 저장된 방만 없애면 그 기억이 깔끔하게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에, 기억이 특정한 '방'이 아니라, 여러 시냅스 간의 연결이라면?
하나의 기억을 잘 못 건드리면, 그 기억과 연결된 모든 기억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까?
이것이 인지심리학적 견해.

지금부터 나의 생각.
망각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들 한다.
그래, 만약 사람이 여태껏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모조리 기억한다면,
그 사람, 예전에 정신이 홰까닥 돌았거나, 그 전에 스트레스로 빠이빠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간절히 지우고 싶어도 도저히 지워지지 않는 기억 또한 있다.
그것은 보통 아프고 슬프고 괴로운 기억이겠지.
그런 기억을 지워준다면, 그 부작용이 무엇이든 한번쯤 시도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런데말이야,
과연 사랑했던 사람의 아픈 이별의 기억을 지운다고,
나,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나, 아무리 아프고 슬프고 괴롭다고 하더라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기억,
지우고 싶지 않은걸.
어쩌면 내가 정말 아프고 슬픈 이별을 해보지 않아서 하는 철없는 말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내 기억이고, 내 추억이잖아.
지금은 그 일을 떠올릴때면 아프지만,
그 때의 그 행복했던 감정을 생각하면 지우고 싶지 않아.
나와 그 사람의 행복했던 순간들,
이미 그 행복한 감정은 퇴색되어 송곳같은 기억이 되어버렸지만,
비단 그렇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이야.
그 시절, 그 때의 내가 거기 있으니까.
나, 누군가를 좋아하면 짝사랑마저도 열렬히 하는 편이라,
죽을 만큼 애타고 숨 못쉴 만큼 가슴 저몄던 적도 있는데,
지금도 그 때 생각하면 누가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드는데,
그래도 소중한걸.
아니, 그래서 더 소중한 것 같아.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데에는 어떠한 마력이 작용하는 걸까?
생물학적으로는 보다 우성적 유전자를 가진 이성에게 끌린다고 말하는데,
그게 다는 아닌 것 같다.
내 친구, 항상 품종개량을 외치고 다니지만,
항상 보면 자기처럼 마른 남자 사귀면서 툴툴거리고,
역시 180이하는 키로도 안본다고 누누히 말하지만,
정작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 키가 작은걸.
나도 모르겠다.
아마 이성을 좋아하는 고유의 법칙을 누군가가 발견한다면, 노벨상 타겠지.
그런데, 약간의 신비감이 있는게 좋으니까 그냥 '마력'이라고만 해 두지, 뭐.
그런 '마력'은 예상보다 꽤나 강력할지도.
우리 선배, 예전 여자친구 처음 만나던 날, 그 여자 빼고는 세상이 부옇게 보이더란다.
또 누구는 정말로 종소리가 들렸다고도 해.
나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회의적인 편이지만,
그래도 처음 봤을 때 어느 정도의 끌림이 있었던 사람을 좋아하게 되더라.
만약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이 백지화된 후에 다시 그 사람을 만나면 어떨까?
나 다시 그 사람 좋아하게 될까?
슬프게도, YES.
나 아직도 내 첫사랑의 안부가 궁금한걸.ㅋㅋ
나는 반드시 그 사람 또 좋아하고, 그래서 또 조바심나고, 또 아파할거야.
불 보듯 뻔하다.
아...도대체 사랑에는 어떤 매커니즘이 작용하는지....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인건가,
아니면 초월적 존재의 선물인건가.

그리고 말이야, 그 여자주인공.
푸른머리의 클레멘타인, Tangerine.
어쩜 그리 감정이입이 잘 되던지.
그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당당하게, 자유롭게.
그런데, 외롭게.
그녀는 외로워.
너무나 달라서 외로워.
그가 그녈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그녀가 호수를 찾는 건, 그녀가 바다를 찾는 건,
사람이 그립기 때문이야.

<---------------------여기부터는 사족---------------------->

허클베리


톰과 제리를 만든 한나 바바라 프로덕션의 귀여운 사냥개.
이녀석의 진화형이 드루피가 아닐까 한다.
느긋하고 둔한 녀석.
어째서 네녀석이 사낭개냐!!ㅋㅋ
항상 클레멘타인을 흥얼흥얼 거리는데, 이녀석 음치다.

클레멘타인.
자장가를 잘 모르는 엄마는 자장가 대신 내게 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어렸을 적, 아빠랑 떨어져 살았던 나로서는
듣기 싫을 정도로 슬픈 노래였지만,
이 노래마저 안듣는다면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꾹 참고 들었다.
이 노래를 듣다 잠이 들면 슬픈 꿈을 꾸곤 했다.
그런 추억때문인지 지금은 너무나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
지금은 내가 자장가 대신 이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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