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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어제, 공부가 너무 집중 안되서 7시에 중도에서 자리를 뺐어요;;;

집에 공부거리를 들고왔지만, 그래도 집중이 안되더라는....ㅠㅠ

에잇!그림이나 그릴까...하는 정말 위태로운 생각이 들었지만,

이대로 그림을 그리면 4~5시간은 족히 허비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어요.
(그림 안그려도 그정도 허비한 듯;;;)

어쨌든 그래서 영화나 한편 때렸지요.ㅋ

어차피 뻔한 스토리라인이기 때문에 이미 스포일러들에게 백만번 노출 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보게 된 이유는 우선 수많은 명품 컬렉션들의 화려한 향연 때문일테고,

또 다른 이유는 정말 너무나 분분한 사람들의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내 주위에서 재미있다는 반응과 재미없다는 반응이 정확히 반반이 나왔다는...

궁금하잖아욧!!ㅋㅋ

그래서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체로 재미있었어요.

메릴 스트립의 그 거만하면서 무관심한 'that's all'이 너무너무 좋아요~~~ㅋㅋ
그 대사 하나만으로도 머랜다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가 대충 드러나다니...
역시 연기파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제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건 아마도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아니었나 싶은데,
거기서는 거의 geeky한 아줌마로 나와서 그 변신이 더 대단해 보였다는...

게다가 사슴같은 눈망울의 변신 전문 배우(!) 앤 해서웨이 양은 끊임없이 예뻐주시더군요!
일자 뱅헤어에 컬러풀한 스모키 메이크업을 했음에도 전혀 사나워보이지 않고,
오히려 적당히 도도하면서 고급스러워 보이더군요!
영화 다 보고 집에 있는 색깔로 비슷한 메이크업을 해 봤는데 결과는 orz였어요;ㅁ;

영화 내내 끊임없이 등장하는 온갖 명품들과 최신 유행 패션 아이템들 때문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었어요.
영화 보면서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의 옷이 바뀔 때마다
혼자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갖 감탄사를 연발했다는....ㅡ_ㅡ;;

그런데 정말 뉴요커들은 그렇게 사는 걸까요?
스타벅스 커피를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고
여성들은 패션을 숭배하는 워커홀릭들이며,
항상 택시를 타는게 뉴요커인가요?
ㅡ_ㅡ안가봐서 잘 모르겠어요.
모르긴 몰라도 뭐 위와같은 비슷한 생활을 할 것 같네요.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겠죠?
다만 섹스&시티에 노출된 우리 눈에 한번 더 저런 모습이 비춰지면서
뉴요커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가 일어날까 조금 우려스럽긴 합니다만.ㅋㅋ

조금 웃겼던 건, 그렇게나 패션을 싫어하던 그녀가
머랜다의 질타 한마디에 완전 딴사람이 되어 버린 다는거에요.
그런데 더 웃긴건 그녀가 완전 재능이 있다는 것!
앤디는 천재였던 걸까요;;
아니면..ㅡ_ㅡ작가는 패션이 여성의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다고(조금 오바다ㅋ)보는 걸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불만이었던 건 바로 남자친구와 친구들이었어요.
(남자친구 못생겻어!!!꾸에엑!)
물론 여자친구가 그렇게 갑자기 변하면 당황스럽겠지요.
게다가 일 때문에 생일도 못챙긴다면 당연 화가 날거에요.
(나같으면 며칠동안 손도 못잡게 할거 같다는...ㅡ_ㅡ)
그리고 그렇게 헤어진 것까지는 이해합니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
거기에 대해 타협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뭐...헤어지는 건 조금 극단의 조치였지만,
(그리고 영화 흐름상 그렇게 되어야 하더군요;;ㅋ)
사람 사는 거니 그렇다고 치는데,
왜 그녀의 일에 대해서 그렇게 비판적인 겁니까?
물론, 앤디가 하는 일은 그녀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일에서는 꽤나 동떨어진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성공을 향해 달리고 있었어요.
파레토 법칙에 따르면 전체 결과의 80%는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며,
중국에서 나비의 날개짓이 미국에서는 태풍이 될 수도 있는 일이잖아요.
게다가 그녀는 그 일에 취미를 붙여나가는 중이었는데,
솔직히 그녀가 그 일을 접은 데에는 남자친구의 영향도 크다고 봅니다ㅡ_ㅡ.
그리고 옆에서 흑인 친구의 부추김도 한 몫 했구요;;;
맘에 들지 않아요.

영화를 중반까지 보면서도 '왜 악마가 프라다를 입을까?'하고 고민했습니다.
영화 내용과 제목 사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어요.
이건 후반쯤 가야 슬슬 얘기가 나오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머랜다와 같은 치밀한 사람을 존경합니다.
뭐, 제가 될 수 없는 어떤 것에 대한 동경이라고도 볼 수 있을거구요,
어쨌든 그녀의 행동 속에는 인간미가 결여되어 있지요.
치밀하게 미래를 계산하고, 잔인하게 경쟁자를 제거합니다.
요즘은 win-win해야 진정으로 이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만약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어떤 희생을 하고서라도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네, 저는 잔정이 없어요~)
앤디는 머랜다의 이런 점을 보고 연민을 느낀 나머지 패션계를 떠나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던 출판업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은,
출판업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만약 그녀가 거기에 염증을 느꼈더라면, 차라리 프리랜서가 낫지 않을까요?
출판계 역시 자선사업을 하는 곳이 아닌 데다가,
그곳에 가면 다른 종류의 꿈과 야망을 가진 야심가가 존재할 확률이 더 높지 않나요?
원하던 일이라 괜찮은건가?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도 괜찮고, 스토리도 그만하면 볼 만했어요.
하지만 영화 내에서 아무런 희생도 보이지 않네요.
물론 요즘은 뚜렷한 선악 구도가 없는게 트렌드입니다만,
이 사람도 좋은 사람, 저 사람도 좋은 사람 하다보니,
확실한 해피엔딩임에도 조금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군요.
아, 그 잘생긴 출판계 남자를 나쁜놈으로 만든건가?!

음음..
제가 생각하는 대안은...
남자친구가 비는 겁니다!!!!ㅋ
마지막에 앤디가 예전 남자친구에게로 돌아가는 장면, 상당히 거슬렸어요.
남자 쪽에서 '네가 가고 있는 길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방한 것에 대해서 후회막급이다.
나는 너밖에 없다. 돌아와다오'정도의 반응이 나오거나,
아니면 오히려 그렇게 떠난 남자따위는 싸그리 잊고 당당한 뉴요커로 거듭나거나...
이..이러면 결말의 개연성이 조금 떨어질려나;;;
어쨌든 저라면 아무리 열렬히 사랑했어도 그렇게 떠난 남자는
이해하지도, 받아주지도 않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는 잔정이 없습니다;;헐~)




칭찬보다는 질타가 더 많은 리뷰네요;;
이렇게 써 놓고도 속으론 '영화 재밌다,ㅎㅎ'이러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비싼 돈 주고 봐도 별로 후회 안했을 것 같은 영화에요.
이런 스포일러를 읽고도 혹시 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겁내지 발고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막 주위사람들에게 '이 영화 강추강추!안보면 친구 안해!'정도는 아니지만,
누가 '이 영화 어때?'라고 물었을 때,
'영화 재밌어, 너도 한번 봐봐'정도의 반응이 나오는 수준입니다.


셤공부에 대한 압박이 거세어져만 가는군요
ㅎㅎ
이렇게 엄살을 부리면서도 오늘 영화 하나 더 볼까 생각했다는ㅋㅋ
희한하게 공부는 재밌는데 셤공부는 재미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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