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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Books & Movies]

식물동화

폴케테게토프| 장혜경| 예담| 2006.11.06 | 167p




태양이 일어나 하늘의 무대에서 달을 쫓아버리는 새벽이 오면
나무와 바위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요정들이 몰려나온다.
신비한 식물의 씨앗을 찾아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마음에 쏙 드는 프롤로그에, '동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어서 읽어 본 책.
(동화, 신화, 전설, 민담 등등에 사족을 못 쓰는 삔냥이다.)
부제는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이야기].
아름답고 신비하다길래 더 구미가 당겼다.

서평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동화로 풀어 쓴 허브학'정도가 적당하지 않나 싶다.
워낙 굵직한 동화나 전설 등등을 많이 접한 나에게는 딱히 신비로운 이야기는 없어 보였다.
유럽에서 구전되어 오는 식물 이야기들을 묶어놓았다고 하는데, 이야기들이 다소 허무하다.
하지만 동화를 읽다 보면 왠지 허브 향이 풍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해야 할까.
허브에 대한 궁금증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너무나 착한 동화들만 모아놓았기 때문에 임팩트가 덜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뭘 기대한걸까;;)

중학교 때 기류 미사오의 [알고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를 읽고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었다.
(책 딱지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고 적혀 있지만, 도서 선생님의 허락 하에 읽었다.)
그 책을 읽은 이후였던 것 같다.
조금 기괴하고 삐딱한 동화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것은.
사실, 그 책을 읽고 나서는 다른 각색 동화들은 나에게 전혀 충격을 주지 못했다.
(흑설공주 이야기도 보면서 '생각보다 덜 참신해'라고 느꼈다.)
어쩌면 나는 식물동화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 '동화'라는 고정관념에 너무 충실해 주시는 바람에 살짝쿵 당황했다.
읽으면서 전혀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

그냥, 허브차 한 잔 마신다는 생각으로 읽기 좋은 가벼운 책이었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가볍게 책장을 넘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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