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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밥, 엄마.

밥, 정확히 말하면 쌀밥을 먹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은 듯.

외할머니가 부산에 내려가신 후, 남은 밥으로 참치죽을 끓여먹은 후 쭈욱 밥솥을 안돌렸다.

뭐, 속이 조금 편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고,

밥하기 귀찮다는 이유도 있고.

(정확히 말하면 반찬하기가 귀찮다. 성격이 뭐같아서 밑반찬을 잘 안먹는다.)

요즘, 매일같이 출근하던 가게 문을 닫은 후로 부쩍 심심해진 엄마는 전화가 잦다.


"공주야, 밥 뭇나?"

"어."

"뭐하고 뭇노?"

"그냥 집에 있는거 대충..."

"느그 집에 뭐 맛있는게 그리 많길래 맨날 집에 있는거 대충 뭇다 쌌노?"

"아이, 뭐 그냥 이것저것..."

"저녁에 뭐 해물끈데?"

"몰라, 이따가 봐서"

"보지 말고, 저녁에는 떡국떡갖고 떡볶이 해무라."

"하이고, 아지매. 내 묵는거 걱정하지 마소. 내가 알아서 챙겨물탱게"


혼자 살면서 밥을 먹는 횟수는 점점 줄고, 그만큼 거짓말 하는 횟수는 늘어간다.

게다가 지금처럼 여기저기 신경을 쓰다보면 가장 먼저 밥맛이 달아난다.

엄마를 닮기는 닮았나보다.

아니, 머리가 커지면서 점점 엄마와 닮아가는 내 모습을 본다.

온 집안이 떠들썩하게 '으하하하하'라고 웃는 나를 발견할 때,

갑자기 센치해질 때면 일기장을 부여잡고 말도 안되는 시를 쓰는 나를 발견할 때,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플 때 입맛이 떨어지는 나를 발견할 때,

정말 마음에 안들어도 내색 하나 안하고 있다가 갑자기 한번에 터뜨리는 나를 발견할 때,

그리고

외출하려고 잘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섰을 때.


딸은 커갈수록 엄마를 닮는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말에 콧방귀를 뀌며 '흥! 난 아빠를 더 닮았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래서 딸내미들이 자신의 아빠랑 닮은 사람을 좋아하나보다.



엄마가 해주는 따끈한 밥이 먹고 싶다.

우리 엄마, 옛날엔 음식 참 잘했는데.

작년 여름에 집에 갔더니 식모가 다 하더라ㅡ_ㅡ




덧) 우리 집 호칭

아빠--> 사장님
엄마--> 사모님
나--> 공주님ㅡ_ㅡ;;;;;

고로 내가 서열이 제일 높다?!
꼬우면 외동딸 하세요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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