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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밤이다.
머릿속 온갖 잡념들이 실체화되어 허공을 배회하는
그런 밤이다.
나는, 눈을 감지 않고도 꿈을 꾼다.






내일 당장 1교시에 낼 과제를 하느라 아직까지 깨어있다.
집에 와서 한 시간 정도 자 둔게 도움이 되는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실컷 그리는 게 좋아서인지
정신은 말짱하다.
머리가 좀 무겁긴 하지만....(그건 머리가 커서 그런건가?ㅡ_ㅡ)

지금 당장 초콜릿 한 입과 아메리카노가 절실하지만,
최근 살 찐 것 같다는 말 때문에 입맛만 쩝쩝 다시며 나의 욕망을 억누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오르는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유혹.
얼마 전 선물 받은, 조리대 위에 놓인 마카다미아 초콜릿을 슬금슬금 곁눈질한다.
참아야 한다.

전화가 왔었다.
"뭐하냐"고 화두를 꺼내는 걸로 봐서 나를 밖으로 불러낼 심산인가보다.
최근, 약간 거리를 두고 싶은 사람이라 연락이 올 때마다 바쁜 척을 했다.
(오늘은 진짜 바빴다.)
만나면 참 좋은 사람인데, 가끔 거슬리는 말을 할 때가 많아 좀 불편하다.
가끔 좀 과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이 챙겨주는데 벌써 네 번이나 만날 자리를 피해버렸다.
좀 미안하긴 한데, 불편한 걸 어떡해.
아...커피 딱 한 잔만 마셨으면 좋겠는데.

친구와 짝사랑을 주제로 한 연애육성 시몰레이션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최고의 엔딩은 "상대방에 대한 환상이 깨어지고, 멋진 이성에게서 프로포즈를 받는다".
간간히 짝사랑 세포를 사냥하는 RPG 이벤트도 넣으면 어떨까.
심보가 뒤틀려버린 여인네들의 시덥잖은 이야기.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하지만 가면 뒤의 얼굴은 울고 있잖아.
다 알아.

여자의 감수성 민감도의 역치가 0 이하로 낮아지는 밤이다.
게다가 낮동안 온 비 때문에 기분 역시 꽤나 저지대에 머물고 있다.
항상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나의 판타지가 생각난다.
이런 밤엔, 젠틀하고 멋진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는 거다.
보고싶다고 징징 떼도 써 보고, 별로 웃기지도 않은 그의 농담에 까르르 웃어도 보고,
그러다 신해철의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으며 잠이 드는 거다.
웃....쓰면서 비참해ㅠㅠ




밤은 이성을 마비시킨다.






......약간, 뽕 맞은 느낌이랄까?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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