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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 또는 브레인스톰

이상형에 대한 짧은 고찰

어제 우연히 친한 선배랑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그 선배가
"너의 솔로 인생이 불쌍하니, 이상형을 대면 내가 찾아주겠다"
고 제안했다.

이상형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상당히 당황하는 편이다.
그렇게 썩 정해놓은 이상형이 따로 없기 때문이랄까.
다른 사람들처럼 "이러이러한 사람이 좋아요'라고 줄줄이 말하지 못한다.

예전에 내가 솔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다른 선배가 나에게 '소개팅을 해 줄테니 이상형을 말하여라'라고 문자가 왔었다.
40글자 내로 나의 이상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가 무엇일까 상당히 고민을 하다가
"적당히 미친 사람이요."
라고 답문을 보냈더랬다.
아직도 그에 대한 답문이 없는 걸 보면 그런 사람이 주위에 없나보다ㅡ,.ㅡ.

차라리 어렸던 중고딩때에는 쉬웠다.
어렸을 때 나의 이상형은 키 180 이상에 몸무게 80키로가 전부였다.
아..써놓고 보니 별로 쉽진 않네;;;
물론 아직까지 어느 정도는 키에 집착한다만, 어느 순간부터는 키가 필수조건이 아니게 되었다.
(다들 우리 학교 우리 반 우리과 사람들을 보면 내 심정을 이해하리라.)
또 나이가 들면서 이상형의 기준에서 외모가 하나 둘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 선배의 물음에 가장 먼저 대답했던 조건은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나는 배경 지식이 풍부한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정치/경제/사회/컴퓨터 면에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뭔가를 물어봤을 때 다정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두번째 조건은 "함께 책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장르는 달라도 상관 없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서점 데이트를 상당히 좋아한다.
나의 이상형은, 함께 서점에 가서 눈을 반짝거리며 함께 책들을 구경하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책을 읽어내려가는 사람이다.
무료한 일요일에는 한데 뒤엉켜 장난도 치면서 책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조건은 "가리는 음식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워낙에 별 해괴한 음식들까지 모두 섭렵한 터라, 그런 음식을 함께 먹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어제 선배랑 이야기하다가 '용두동 어느 선지국 집 처녑이 맛있다던데요'라고 했더니 여자애가 못먹는게 없다고 놀라더라ㅡ,.ㅡ처녑이 뭐 어때서;;)
먹어본 음식이 많지 않아도, 내가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또는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권했을 때
맛있게 먹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여기까지가 주된 이상형의 조건이고, 그 다음으로는
내가 벌이는 약간의 일탈이나 상식에 벗어난 행동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
이라든가
기계나 공구를 잘 다루는 사람
이라든가
(우리 아빠가 손재주가 있어서 그런지 못도 못 박는 남자를 보면 미안하지만 무능해 보인다.)
나의 취미나 관심사를 이해해 주는 사람
이라든가
(온스타일 본다고 된장녀 취급 안하는 사람, 또는 내가 줄줄이 읊어대는 패션 이야기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사람)
조금 미련해도 듬직한, 소같은 사람
정도라고나 할까....

돈 많고 키 크고 잘생기면 더욱 좋은거고...;;;
(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조금 덩치가 있는 사람이 더 좋더라~)

이렇게 이상형의 조건들을 읊어보지만,
실제로는 느낌에 상당히 충실하다.
그래서 그냥 만나면 편하고 재밌고 좋은 사람이 좋은 듯^^
굳이 나의 이상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존경할만한 사람"
이 아닐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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