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란 드레스 끝자락을 끌며 멀어져가는 봄날의 뒷모습에
왠지 모르게 원통한 마음이 든다.
항상 그렇듯
올해 역시 그 어느 오뜨 꾸뛰르보다 아름다운 쇼를 선보였을텐데,
인생이 내어 준 숙제를 하느라 모두 놓치고 말아버렸다.
현실은 누구보다도 엄격한 교사인 듯.
취업이라는 숙제의 양은 어마어마하게도 방대하다.
몇 번의 서류 낙방으로 자존심에 금이 가는 것도 잠시,
적응력이 뛰어난건지 그 새 무기력이 학습된건지
내가 어울리는 인재가 아니라는 말에 시큰둥하게 콧방귀를 뀐다.
종이 호랑이도 호랑이듯
그래도 여전히 나는 막무가내 개념상실 공주님이니까.
아직도 깎일 프라이드는 산처럼 높다.
또 다시 시작되는 갈등.
항상 그렇듯 링 위의 선수의 이름은 '꿈'과 '현실'이다.
'만약 STX 해외영업과 화승 MD 둘 다 붙는다면 어디를 갈테냐?'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다.
Deja Vu.
과거에 누군가가 물었었지.
'고대 영문이랑 세종대 애니메이션을 붙으면 어디를 갈래?'
인간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존재한다는 가정을 참이라고 본다면
나는 역시 현실을 택하겠지.
그리곤 다시 후회할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그 작은 씨앗이 내 혓바닥 안에서 자라고 있다.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성가신 통증.
그것을 다독일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덕분에 혓바늘은 계속해서 번식 중.
혓바닥이 가시밭이니 그것을 뚫고 나오는 말들 또한 거칠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타고 라일락 향이 분다.
남실 남실 코끝을 간지럽히며 장난을 친다.
아마도 그것은 봄날의 가장 화려한 피날레.
아직 쇼는 끝나지 않았기에,
나는 지금 가장 화려한 엔딩을 감상하려 한다.
저 길다란 봄날의 트레인에게 박수 갈채를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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