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하셨던 말씀, 가슴 깊이 담아두겠노라고 했었는데
너무나 깊이 담아두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순간에 눈치채지 못했었나보다.
힘든 일은 언젠가 끝이 난다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어떻게는 끝이 난다는 그 말,
며칠 밤을 지새우고, 탈수증이 일어날 만큼 운 다음에야 비로소 생각이 나 버렸다.
그래도 지금에서라도 기억이 난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언젠가는 보일 그 끝을 향해 마음 놓고 그냥 걸어가고 있다.
당장 다급한 것은 없지만 사실은 쌓여 있는 과제들.
오늘 밤까지 마무리해야 할 레포트에,
정작 다음주에 발표가 3개, 아니 4개.
그 와중에도 이번 달 보그는 또 읽어 주어야 하며
월요일엔 당장 수강 신청.
다음 주말에 잠정적으로 잡혀 있는 약속 때문에 시험 공부도 해야 하는데.
"주말에 별 일 없으면 동생 면회나 가자"는 그의 말에 한 줌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당장 며칠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르는데,
나도 참 중증이다.
이미 원하던 직장에 합격하였는데도 "도심 근무"라는 메리트를 못 버리겠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면접을 가는 그를 위해 새벽 5시에 화이팅 문자를 하나 넣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8시 30분,
잠에 취해 조금 멍하니 방과 방 사이를 배회하다가 문득
지난 수요일, 그의 생일날 만들었던, 실패한 찰밥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구해줘야 해!"
라고 소리치고는 열심히 팥을 삶고 물을 부어 팥죽을 만드는 데에 족히 2 시간.
빨래 조금, 청소 조금, 설거지 조금을 하고 나니 어느 새 시침과 분침이 만나 있다.
땀 범벅된 내 몰골이 우스워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그에게서 전화가 올까봐 얼른 샤워를 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끼니 때에 민감한 그 사람의 배고픈 전화.
"4시까지 남부 터미널에서 만나자."
나의 두툼한 한겨울 코트와 그의 가벼운 옷차림이 대조된다.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두 사람.
어째서 그런 사람에게 빠져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담배에 대해서 별로 나쁜 입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담배 연기는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인데,
그 사람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는 이상하게도 향기가 난다.
코가 예민한 나,
그사람의 향기에 흠뻑 젖어들었나보다.
처음 가본 충청도 계룡시에서 처음 본 그 사람의 남동생.
그 사람과 닮은 듯 다른 듯.
그의 웃음과 닮은 순진한 웃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아, 동생이란 이런 거구나.
나에게는 없는 것.
기분 좋게 술을 마신 그 사람의 걸음걸이가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은 취하지 않았노라
찬바람 맞으며 갈 지 자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 사람의 모습에 잠시 웃었다가,
저 짐을 또 어떻게 끌고 갈까 하는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저거, 무거울텐데.
그래도 스스로 걸어주니 고맙네.
사랑이 변한다, 아니 익어간다.
가파른 고개를 넘은 후 평지가 나타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겨울이 없는 열대 지방의 목재는 무르다.
꺾인 나뭇가지는 더욱 단단히 지는 법.
지금, 커피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나다가 문득 그 사람의 표정이 떠오른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그러겠지
"이 커피 중~독자야! 커피 좀 그만 마시고 밥 좀 먹어!"
많이 보고 싶을거야, 그 사람.
내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집에 와 밥을 해 먹을 때마다
소파에 드러누워 무한도전을 볼 때마다
빈츠를 먹을 때마다
혹은, 항상.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예전처럼 마냥 반대만 하지 않고,
그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말에
'우리 여린 공주님, 너무 아파하지 말고'라고 말해 준 엄마.
엄마가 이 글을 본다면 그러겠지.
"이 년아, 니 애미 애비한테 그 정도만 하면 넌 효자 소리 듣겄다."
엄마 미안,
그러게 왜 딸을 낳았어.
너무나 깊이 담아두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순간에 눈치채지 못했었나보다.
힘든 일은 언젠가 끝이 난다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어떻게는 끝이 난다는 그 말,
며칠 밤을 지새우고, 탈수증이 일어날 만큼 운 다음에야 비로소 생각이 나 버렸다.
그래도 지금에서라도 기억이 난 걸 감사하게 생각하며,
언젠가는 보일 그 끝을 향해 마음 놓고 그냥 걸어가고 있다.
당장 다급한 것은 없지만 사실은 쌓여 있는 과제들.
오늘 밤까지 마무리해야 할 레포트에,
정작 다음주에 발표가 3개, 아니 4개.
그 와중에도 이번 달 보그는 또 읽어 주어야 하며
월요일엔 당장 수강 신청.
다음 주말에 잠정적으로 잡혀 있는 약속 때문에 시험 공부도 해야 하는데.
"주말에 별 일 없으면 동생 면회나 가자"는 그의 말에 한 줌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당장 며칠 밤을 새야 할지도 모르는데,
나도 참 중증이다.
이미 원하던 직장에 합격하였는데도 "도심 근무"라는 메리트를 못 버리겠다며
아침 일찍 일어나 면접을 가는 그를 위해 새벽 5시에 화이팅 문자를 하나 넣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8시 30분,
잠에 취해 조금 멍하니 방과 방 사이를 배회하다가 문득
지난 수요일, 그의 생일날 만들었던, 실패한 찰밥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구해줘야 해!"
라고 소리치고는 열심히 팥을 삶고 물을 부어 팥죽을 만드는 데에 족히 2 시간.
빨래 조금, 청소 조금, 설거지 조금을 하고 나니 어느 새 시침과 분침이 만나 있다.
땀 범벅된 내 몰골이 우스워 한참동안이나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그에게서 전화가 올까봐 얼른 샤워를 하고 나니,
아니나 다를까, 끼니 때에 민감한 그 사람의 배고픈 전화.
"4시까지 남부 터미널에서 만나자."
나의 두툼한 한겨울 코트와 그의 가벼운 옷차림이 대조된다.
닮은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두 사람.
어째서 그런 사람에게 빠져버렸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담배에 대해서 별로 나쁜 입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담배 연기는 무척이나 싫어하는 나인데,
그 사람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는 이상하게도 향기가 난다.
코가 예민한 나,
그사람의 향기에 흠뻑 젖어들었나보다.
처음 가본 충청도 계룡시에서 처음 본 그 사람의 남동생.
그 사람과 닮은 듯 다른 듯.
그의 웃음과 닮은 순진한 웃음.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의 날카로움은 보이지 않는다.
아, 동생이란 이런 거구나.
나에게는 없는 것.
얼굴 겁나 커보여ㅋㅋㅋ
기분 좋게 술을 마신 그 사람의 걸음걸이가 비틀거린다.
그럼에도 끝까지 자신은 취하지 않았노라
찬바람 맞으며 갈 지 자로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 사람의 모습에 잠시 웃었다가,
저 짐을 또 어떻게 끌고 갈까 하는 걱정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저거, 무거울텐데.
그래도 스스로 걸어주니 고맙네.
사랑이 변한다, 아니 익어간다.
가파른 고개를 넘은 후 평지가 나타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겨울이 없는 열대 지방의 목재는 무르다.
꺾인 나뭇가지는 더욱 단단히 지는 법.
지금, 커피 한 잔이 절실하게 생각나다가 문득 그 사람의 표정이 떠오른다.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은 그러겠지
"이 커피 중~독자야! 커피 좀 그만 마시고 밥 좀 먹어!"
많이 보고 싶을거야, 그 사람.
내가 커피를 마실 때마다
집에 와 밥을 해 먹을 때마다
소파에 드러누워 무한도전을 볼 때마다
빈츠를 먹을 때마다
혹은, 항상.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예전처럼 마냥 반대만 하지 않고,
그 사람이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말에
'우리 여린 공주님, 너무 아파하지 말고'라고 말해 준 엄마.
엄마가 이 글을 본다면 그러겠지.
"이 년아, 니 애미 애비한테 그 정도만 하면 넌 효자 소리 듣겄다."
엄마 미안,
그러게 왜 딸을 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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