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아, 나 지난 번하고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입 안 가득 머금었던 아메리카노가 미친듯이 쓰게 느껴졌다. 머릿 속에서는 붉은 색 경고등이 반짝거리며 사이렌의 환청이 들린다.
"무슨 소리야?"
"같은 과에, 여자친구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정말 죽어서도 다시는 그녀에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일 중 최상단에 위치한 그 일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 하면서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얼마 전, 힘겹게 힘겹게 꼬이고 뒤틀린 사랑도박에서 손을 털고 나온 그녀가 다시 그 악의 구렁텅이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벌써 2/3는 넘어간 것 같아. 어떡해."
오렌지 머핀 하나를 앞에 두고 사랑이 힘들다고 함께 울었던 그녀였다. 아파하는 그녀를 보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오로지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랬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우유부단한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분노가 끓어올랐다. 달려가 멱살을 붙잡고 그녀의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싶었다.
어처구니 없이 어긋난 사랑의 타이밍. 에로스의 화살이 그에게는 너무 일찍 도달했고, 그녀에게는 너무 늦게 박혔다. 그녀가 사랑을 깨달았을 때, 그의 옆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고, 착해빠진 그는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자기 옆에 있는 여자와 헤어지지 못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한 때, 그의 부드러운 성격을 동경한 적도 있었다. 우유부단함은 독이다. 하등의 쓸모도 없는, 지구상에서 반드시 말살되어야 할 것들 중 하나다. 그런데 그는 너무 착해서 우유부단했다. 아니면 너무 우유부단해서 착한 거든가.
너무나 환하게 웃으며 강의실로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정말 그런 사랑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걸 말릴 힘이 나에게는 없다. 나 자신의 감정조차 제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감정에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관여할 수 없는 사랑. 짝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나의 경험에 의하면, 짝사랑이란 눈을 감고 맨발로 돌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언제 끝나는지 알 도리 없이 무작정 걸어가는 돌밭. 가끔 우연히 보드라운 흙을 밟고 나면, 발 끝에서 전해온 찰나의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에 황홀해하며, 그 느낌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행여나 또 그런 요행이 생기지는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걷는 거친 돌밭이란 말이다.
그런 길을 지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런 고행을 다시 시작하려 하는 것일까.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는 나를 또 다른 나의 친구가 바라보며 말한다.
"봄인가보다."
막으려 애를 써도 계절이 바뀌듯, 사랑도 그렇게 오고 가나보다.
입 안 가득 머금었던 아메리카노가 미친듯이 쓰게 느껴졌다. 머릿 속에서는 붉은 색 경고등이 반짝거리며 사이렌의 환청이 들린다.
"무슨 소리야?"
"같은 과에, 여자친구도 있어."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정말 죽어서도 다시는 그녀에게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일 중 최상단에 위치한 그 일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말 하면서 그렇게 웃지 말란 말이야!
얼마 전, 힘겹게 힘겹게 꼬이고 뒤틀린 사랑도박에서 손을 털고 나온 그녀가 다시 그 악의 구렁텅이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벌써 2/3는 넘어간 것 같아. 어떡해."
오렌지 머핀 하나를 앞에 두고 사랑이 힘들다고 함께 울었던 그녀였다. 아파하는 그녀를 보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오로지 그녀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랬다. 그녀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우유부단한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분노가 끓어올랐다. 달려가 멱살을 붙잡고 그녀의 곁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싶었다.
어처구니 없이 어긋난 사랑의 타이밍. 에로스의 화살이 그에게는 너무 일찍 도달했고, 그녀에게는 너무 늦게 박혔다. 그녀가 사랑을 깨달았을 때, 그의 옆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고, 착해빠진 그는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자기 옆에 있는 여자와 헤어지지 못했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한 때, 그의 부드러운 성격을 동경한 적도 있었다. 우유부단함은 독이다. 하등의 쓸모도 없는, 지구상에서 반드시 말살되어야 할 것들 중 하나다. 그런데 그는 너무 착해서 우유부단했다. 아니면 너무 우유부단해서 착한 거든가.
너무나 환하게 웃으며 강의실로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정말 그런 사랑 다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걸 말릴 힘이 나에게는 없다. 나 자신의 감정조차 제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감정에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관여할 수 없는 사랑. 짝사랑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나의 경험에 의하면, 짝사랑이란 눈을 감고 맨발로 돌밭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언제 끝나는지 알 도리 없이 무작정 걸어가는 돌밭. 가끔 우연히 보드라운 흙을 밟고 나면, 발 끝에서 전해온 찰나의 부드럽고 폭신한 감촉에 황홀해하며, 그 느낌을 끊임없이 되새기고, 행여나 또 그런 요행이 생기지는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걷는 거친 돌밭이란 말이다.
그런 길을 지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런 고행을 다시 시작하려 하는 것일까. 걱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는 나를 또 다른 나의 친구가 바라보며 말한다.
"봄인가보다."
막으려 애를 써도 계절이 바뀌듯, 사랑도 그렇게 오고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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